통신·전력 마비시키는 '태양풍 비밀'...천문硏·NASA 함께 푼다

9월 40㎞ 높이에 풍선기구 띄워
태양 가장 바깥쪽 대기 '코로나'
온도·속도 처음으로 동시 측정
탐사선 '파커' 관측과 시너지
태양풍 가속 원인 등 밝혀내
차후 우주환경 예보에 활용




지난 1859년 8월28일~9월2일 태양 대기층 가장 안쪽의 흑점에서 대형 폭발이 연속 발생해 지구에 전자기파 폭풍을 일으킨다. 영국 등 지구 여러 곳에서 전신이 마비되고, 정전 사태가 나고, 자기장을 이용하는 나침반도 오작동을 했다. 이 사건은 태양 폭발을 관찰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라 이른바 ‘캐링턴 사건’으로 불린다.

만약 당시 규모의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 인공위성이 고장 나 통신·전력망은 물론 컴퓨터나 항공기 항법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2014년 4월 흑점 폭발로 태평양 일부에서 통신과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마비되기도 했다.

지구보다 100만배나 큰 태양은 표면온도가 섭씨 6,000도인 데 비해 대기 바깥층(코로나)은 무려 100만~150만도에 달하는 역설이 나타난다. 태양풍의 발원지가 바로 코로나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태양풍을 연구하기 위해 오는 9월 지상 40㎞ 높이 풍선기구(balloon)에서 태양의 가장 바깥쪽 대기인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처음으로 동시에 측정한다. 2021년에는 2단계로 지상 400~410㎞ 고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태양풍을 연구하기로 했고 3단계로는 나사가 주도해 2025년 건설되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gateway)에서 실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천문연은 태양 빛을 가려 코로나를 관측하는 장비인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의 필터 휠(필터 구동), 편광카메라, 메인 전자부(컴퓨터),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최근 워싱턴DC에 있는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GSFC)에 보냈다. 천문연 연구원도 조립과 광학계 정렬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나사에 나가 있다. 망원경 등 광학계와 시스템 통합을 맡고 있는 나사는 풍선기구를 제작해 코로나그래프 등 여러 우주관측 장비를 실어 40㎞ 상공 성층권으로 띄우게 된다.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9월 고고도벌룬에서 코로나그래프로 태양 빛을 가려 코로나를 관측하게 된다”며 “지구 주변 우주환경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 연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그래프로 눈부신 태양 면을 가려 인위적으로 개기일식(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림)을 만든 뒤 코로나를 관측해 태양물질이 분출되는 것을 분석한다. 코로나에서 나오는 빛은 상당히 약한데 태양원반에서 나오는 빛은 매우 강하다. 특히 이번에는 지상 40㎞ 높이에서 8시간 동안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 태양풍의 가속 과정을 연구해 지구의 우주환경 예보에 활용하게 된다.

현재 가동 중인 코로나그래프는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개발한 태양관측위성 소호(SOHO)에 탑재한 라스코(LASCO)이나 이미 20년 이상 운영된데다 기능이 코로나의 형태학적 관측에 한정돼 있다. 1995년에 유럽우주기구가 제작하고 나사가 발사·운영을 맡은 소호는 태양의 엑스선·자외선 등을 관측하고 있다.

소호는 코로나의 밝기를 관측해 밀도 추정 정보를 얻는데 천문연과 나사의 코로나그래프는 여러 개의 필터로 분광정보를 관측해 코로나의 온도·속도를 동시 측정한다. 이를 통해 태양풍 가속이 일어나는 지역을 연구해 가속 원인을 밝혀내는 게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정보를 얻으면 태양풍이나 태양폭풍을 예측하는 모델에 입력값으로 활용해 더욱 정밀한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ISS 코로나그래프의 경우 내후년 설치 후 2년간 활동하게 되는데 ISS는 지구 대기 안이 아니라 거의 진공상태에 있어 우주부품을 써야 하는 등 나사에서 요구하는 요구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산란광이 많아 하늘이 밝은 대기상태가 아니어서 코로나 관측에 유리한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고고도벌룬과 ISS에서 코로나그래프를 가동하면 지난해 나사가 발사해 역사상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근접한 탐사선인 파커(Parker Solar Probe)에서 직접 태양풍 입자를 측정하는 것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나사는 지난해 8월12일 발사해 연말에 태양에 근접한 파커를 통해 태양풍 등을 관측하고 있다. 파커는 코로나에 접근하는 게 목표로 시속 71만6,000㎞로 태양을 24바퀴 돌며 2025년 620만㎞까지 접근할 계획이다. 앞서 나사는 1976년 ‘헬리오스2’호를 보내 태양에서 4,270만㎞까지 접근한 바 있다.

김연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분포를 동시 측정해 태양풍 모델 계산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며 “풍선기구와 ISS에서 코로나그래프로 태양풍을 원격 관측하면 파커가 직접 태양풍 입자를 측정하는 것과 상호보완 작용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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