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거래가 자취를 감추는 등 주택시장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아파트 값 하락 폭이 서울 보다 지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서울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락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책 시행 이후 6개월 간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 10곳이 지방이다. 아파트 사업승인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지방 지자체가 늘고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부동산 시장을 더욱 침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9·13 대책’ 이후 6개월 간 아파트 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은 0.72% 떨어진 반면 지방은 1.69%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은 -0.97%, 수도권은 -0.20%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하락 폭 1위부터 10위 모두 지방이다. 경남 김해가 7.67%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어 울산 북구(-7.32%), 울산 동구(-7.10%), 충북 청주 서원(-6.81%), 경북 김천(-6.67%), 충북 충주(-6.32%), 경남 거제(-6.27%), 울산 울주(-5.95%) 순으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단 대전 서구(5.44%), 대구 중구(4.68%), 광주 남구(3.37%) 등 일부 지방 지역은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 많은 강남구가 3%대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방에 비해서는 폭이 적다. 구별로 보면 강남이 -3.27% 떨어져 서울에서 가장 많이 내렸고 송파(-2.01%), 서초(-1.74 %), 강동(-1.46 %) 등이 뒤를 이었다. 마·용·성의 한 축인 마포는 1.05% 하락했고, 용산·성동구는 각각 1.19%, 0.45% 내렸다.
거래량만 보면 서울의 거래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정작 가격은 지방이 더 많이 내린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에 비해 올해 2월 91.4% 줄어든 반면 지방은 43% 감소하는데 그쳤다.
대책 이후 6개월간 벌어진 양극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됐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을 겨냥한 집값 대책이 오히려 지방을 더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시장이 침체 되면서 오히려 일부 부동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수요억제책으로 인해 거래가 위축되면 수요자들 입장에선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고 하락 가능성은 낮은 지역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게 된다”면서 “그러다 보니 돈 되는 시장으로만 돈이 더 몰리고, 나머지 지역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 집값 하락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 토착 건설사의 손실이 커지는 등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다시 이어질 수 있어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유동자금을 지방에 투자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켜야한다”면서 “또 지방의 미분양 가구가 5만 가구가 넘은 만큼 취득세,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등 미분양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