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교육위원회라면 안만드는 게 낫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안을 합의해 발표했다. 핵심은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격상해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것이다. 여권은 이달 중 법률안을 마련해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하면 하반기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국가교육위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교육계 안팎에서도 독립적인 교육기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었다. 국가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돼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개혁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도 국가교육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교육부가 맡아온 장기과제는 국가교육위로, 유·초·중·고교 교육사무는 대부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해 교육부의 역할을 줄였다는 점에서 옥상옥 논란의 부담도 덜었다.

문제는 위원회 구성이다. 발표안대로 위원을 구성할 경우 지나치게 친정부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 위원 구성안은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8명, 당연직(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2명, 교원단체 추천 2명, 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 2명으로 총 19명이다. 국회 추천을 여야가 절반씩 나눈다면 대통령 추천,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만 포함해도 10명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더 큰 문제는 교원단체 몫을 신설해 전교조가 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는 점이다. 친전교조 성향의 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참여한다. 이럴 경우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정권의 색깔에 종속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현재 시도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진보진영이어서 일선 현장은 이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장기 정책마저 이념에 휘둘리면 우리 교육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위원회 구성 방식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큰 국가교육위는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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