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업공개(IPO) 규모가 5년 만에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최대 1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봤던 올해 IPO 시장이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교보생명, 바디프랜드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연기 또는 무산된 상황이라 이달 상장하는 주요 기업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새내기주의 흥행 성적이 양호한 만큼 ‘역대급 훈풍’이 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예상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리츠(이하 홈플러스리츠), 이지케어텍, 지노미트릭, 아모그린텍, 현대오토에버,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6개 기업이 이달 중으로 수요예측 및 공모 일정을 거쳐 국내 증시에 상장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증시에 입성한 에코프로비엠, 드림텍까지 더하면 모두 8개 기업이 상장 절차를 완료할 전망이다.
이달 IPO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새내기는 홈플러스리츠다. 공모금액만 최소 1조5,000억원, 많게는 1조7,000억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어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 중에는 조 단위 IPO가 없었다. 지난 2017년 코스피에 이름을 올린 넷마블게임즈,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과 코스닥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이후 약 2년 만에 대형주다.
리츠(REITs)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임대수익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부동산 뮤추얼펀드)다. 홈플러스리츠는 홈플러스가 입점한 건물을 매수해 홈플러스 매장에 임대하고 받은 임대료를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한다. 홈플러스리츠의 올해 목표 배당수익률은 7% 수준이라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7%대와 4%대로 기대된다. 금융권의 정기예금 이자나 상가 투자로 얻은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라 투자자들에 인기를 끌었다.
홈플러스리츠에 관심이 쏠리지만 유통업 환경이 변하고 있고, 배당수익률은 확정된 것이 아닌 목표치에 불과하다는 점은 투자에 앞서 고려해야 한다.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기존 대형 할인점은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이마트의 할인점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와 26.4% 감소했다. 우리보다 리츠가 활성화된 미국 시장에서도 배당금 지급을 연기하는 리츠가 등장하는 등 마냥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리츠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1,000억원대 공모액을 예상하는 상장기업들도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와 암 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가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오토에버의 공모액은 최대 1,544억원, 지노믹트리의 공모액은 최대 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SDS, LG CNS, SK C&C에 이은 시장점유율 4위권으로 꾸준히 700억~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장점이다. 오는 19~20일 공모청약을 받을 예정이며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공모희망가는 4만~4만4,000원이다.
지노믹트리는 코넥스 시가총액 2위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에 나선다. 지난 2000년 설립됐으며 바이오마커(생체지표)에 기반을 둔 체외 암 조기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 및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스닥 공모 자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목적으로 한 임상시험 및 연구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흥행 ‘대박’을 기록하며 IPO 절차를 마친 후 15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7~8일 공모 청약에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021.77대 1의 경쟁률로, 청약증거금만 2조원이 넘게 몰렸다. 지난달 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선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인 4,500원에 확정됐다. 상장 후 미래에셋 금융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 외에도 의료정보시스템 전문업체 이지케어텍, IT부품업체 아모그린텍 등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홈플러스 리츠, 현대오토에버, 지노믹트리 등 수준급 상장 종목들로 인해 이달 IPO 공모액은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 달간의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3월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5년간 3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공모액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IPO 시장이 3월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이달 IPO 성적은 올해 시장 분위기를 판단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