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연세면 한화첨단소재 세종 공장에서 경량 복합소재인 수퍼라이트가 생산되고 있다./사진제공=한화첨단소재
“한지 만드는 과정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것과 유사합니다. 레진이라고 불리는 폴리프로필렌(PP)과 강화제 역할을 하는 유리섬유를 한 데 넣어 물 안에 풀어 섞은 다음, 한지를 체에 거르는 것처럼 초지과정을 거칩니다. 여기 보십시오, 끈적한 죽처럼 보이는 것이 친환경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량복합소재 원료입니다.”
13일 기자가 방문한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 부강면에 자리한 건평 6만 7,421㎡ 규모의 한화첨단소재 세종 공장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자동화 생산라인이 쉴새 없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의 말대로 축축해 보이는 하얀 시트가 100m 가까이 펼쳐진 생산 자동화 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거대한 오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형 오븐에서는 시트 속의 수분을 건조하면서 PP와 유리섬유가 잘 결합할 수 있도록 적당한 열이 가해진다. 단단해진 시트는 디자인을 위해 부직포를 덧붙이고 고객사가 요구한 사양에 맞춰 재단된다. 이게 바로 한화첨단소재가 자랑하는 저중량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LWRT) ‘수퍼라이트(Super Lite)’다. 수퍼라이트는 중량 대비 우수한 강도와 소음흡수 기능이 탁월해 신소재를 요구하는 자동차 부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경량화는 차량서 배출되는 탄소 양을 낮추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시장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화첨단소재의 수퍼라이트는 차량 헤드라이너와 햇빛가리개, 언더바디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되며 현재 현대기아차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혼다 등에서도 채택했다.
세종공장에서는 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GMT)인 ‘스트롱라이트’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스트롱라이트는 충돌 에너지 흡수성이 높고 디자인 활용 폭이 넓어 고강도 플라스틱 범퍼, 언더커버, 의자 등받이 패널 등 차량 곳곳에 들어간다. 한화첨단소재 세종공장을 비롯해 전 세계 8개 공장에서 약 7만 5,000톤(수퍼라이트), 5만 2,000톤(스트롱라이트)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한화첨단소재는 복합소재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십분 살려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듈을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배터리 하우징’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하우징에 들어가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중량 대비 우수한 강도, 소음흡수 기능 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다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쉬운 성형 용이성이나 제품 단가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덕분에 한화첨단소재가 생산하는 강화 열강화성 플라스틱 SMC(Sheet Molding Compound)에는 전기차 메이커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SMC는 강철을 사용했을 때보다 15~20% 가벼우면서도 차량 운행에 필요한 강도는 갖추고 있고, 원하는 디자인대로 성형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SMC 설계부터 해석, 소재 생산과 완성된 성형품을 선보이는 것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 받아 GM과 손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전기차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한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상하이폭스바겐, 베이징포톤(Foton), 장안기차 등에 납품계약을 맺는 기염도 토했다. 지난 1986년부터 꾸준히 자동차 부품 소재를 생산하면서 품질을 결정 짓는 소재별 배합 비율 노하우를 갖춘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첨단소재 관계자는 “수퍼라이트와 SMC 등 경량 소재 제품들은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재편될 게 확실시되는 만큼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탄소섬유가 보강재로 들어간 CFRTPC 소재 제품(윈도우프레임, 파티션패널)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첨단소재는 14일(현지시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JEC WORLD 2019 국제 복합소재 전시회’에 참가해 자동차 패러다임을 선도할 세계 최고 수준의 경량복합소재 및 부품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세종=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