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지능기술과 개인의 욕망이 융합해 구현된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미충족 욕망이 충족되는 과정이었다. 1·2차 산업혁명에서 물질 단계의 생존과 안정의 욕구 충족이 기계와 전기기술로 구현됐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사회적 연결 욕구가 정보기술(IT)로 가능해졌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는 개인의 자기표현 욕망이 거대한 서비스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인력과 자원의 한계로 개인의 다양한 욕망의 충족이 불가능했다. 이제 플랫폼으로 자원을 공유하고 인공지능(AI)으로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저비용·맞춤 서비스의 길이 열리게 됐다.
‘반도체 이후 한국의 미래 산업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서비스로 풀어보자. 단순 제조업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과 인도에도 뒤처지고 있다. 불철주야 일하는 연구개발(R&D)의 경쟁력도 중국과 인도에 뒤지고 있다. 주52시간근무 제한은 시간 경쟁으로 승리해온 반도체와 스마트폰·게임 산업에 괴멸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산업의 탈출구는 이제 노는 서비스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관광·보건·콘텐츠·물류가 융합하는 신산업에서 활로를 구해보자.
K팝·K드라마·K무비·K뷰티·K컬처·K푸드 등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한류 자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결코 크지 않다. 그런데 한류는 거대 산업을 형성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류로 형성된 전 세계의 팬덤은 분명 한국의 거대한 잠재 자산이다. 이들을 끈끈하게 묶어 글로벌 인적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 잠재 자산의 서비스 산업화의 시작일 것이다. 전 세계의 팬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 등을 통해 이미 부분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류의 성공을 산업으로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관광 산업이 한류 콘텐츠의 물결을 타고 융합하는 거대한 융합 서비스 산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관광 산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의 절반인 5% 수준에 불과하나 이를 이탈리아와 프랑스 규모로 끌어올리면 연간 100조원의 거대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창출된다. 관광은 개인 경험의 공유 과정이다. 한국인에게 내재된 노마드 DNA가 4차 산업혁명의 자기표현 욕망과 결합해 거대한 문화관광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관광 산업이 개인화된 경험의 콘텐츠 산업으로 재구성되기 위해서는 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지도 기반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융합해야 한다. 자신을 나타내는 크리에이터와 프리랜서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긱(Gig) 경제의 제도가 전제조건이다. 구글 맵과 공유차량 규제 등은 당장 풀어야 스마트시티에서의 글로벌 스마트관광이 가능하다.
관광에 한류의 스토리라는 옷을 입히면 ‘겨울연가’를 통한 거대한 일본관광객 유치 이상의 획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K팝 스타가 한국의 13곳에 달하는 세계 문화유산 등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찍으면서 K푸드와 K뷰티를 융합해보자. 그러면 물류도 새롭게 탄생한다. 스타들의 패션이 상품화되면서 글로벌 직구가 산업화된다. 개인화된 제품은 지속적인 서비스와 융합하기 위해 제품-서비스 융합(PSS)으로 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타의 피규어에 내장된 챗봇은 팬덤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보건의료는 PSS를 통해 본격적으로 원격의료화된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원격으로 글로벌 산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글로벌 4.0의 개념이다. 전 세계의 당뇨 환자와 천식 환자들에게 원격으로 서비스하는 세상이 멀지 않다. 내가 좋아하던 스타로봇이 스타의 목소리로 간병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로 한류 콘텐츠, 관광, 보건과 물류가 융합하는 미래 산업을 육성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