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SK텔레콤 투자유치 절반의 흥행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에 사모펀드 몰려
옥수수-푹 통합법인에는 관심 적어
성장성 본 베팅에 신중한 탓

대형 사모펀드(PEF)가 SK텔레콤(017670)이 추진하는 유료방송 투자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 시장환경은 나빠졌지만,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투자의 적기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은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사모펀드 투자가 시들한 분위기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 OTT서비스가 주업인 옥수수와 푹(POOQ)통합법인에 대해 최소 4,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 투자에 IMM프라이빗에쿼티(PE)·미래에셋자산운용 소속 PE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과거 티브로드에 투자한 뒤 회수단계에 접어들었는데 그 후신에도 투자를 저울질 하는 셈이다. 그 밖에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도 접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티브로드의 최대주주인 태광(023160)그룹과 티브로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합병법인 지분의 70%를 갖고 30%는 태광이 갖게 된다.


SK텔레콤은 새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를 5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약 2,000억원을 투자받을 계획이다. 기업가치 5조원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상각 전 영업이익(에비타·evitda) 합계인 8,200억원에 6.5배를 적용한 결과다. 이는 투자금 회수까지 6.5년이 걸린다는 뜻으로 사모투자 업계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M&A 과정에서 기업 군살이 빠진 점은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요소다. 태광그룹은 티브로드 지분 20.1%를 가진 IMMPE의 지분을 되산 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를 정리하고 주당 가치를 올리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에 필요한 자금은 SK텔레콤이 태광에 인수 대가의 절반만큼 지급한 현금을 활용한다. SK텔레콤은 인수 대가의 나머지는 합병법인 지분으로 태광에 넘겼다.

비슷한 시기 LG유플러스(032640)가 CJ헬로(037560)를 인수하고, KT도 국회가 합산규제를 풀어주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M&A 환경도 우호적이다. 인수 시 최대 걸림돌이던 기업결합 심사도 시장을 지역별이 아닌 전국별로 봐야 한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가 나오면서 누그러졌다.

반면 SK텔레콤이 직접 나선 옥수수·푹 통합법인은 국내 사모펀드의 반응이 저조하다. SK텔레콤은 통합법인의 가치를 1조원으로 산정했지만, 근거가 될 만한 영업이익은 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가입자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는 것”이라면서 “SK 측이 원금과 이자를 어느 정도 보장하지 않는 한 사모펀드 투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용자 가치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에 5,000억원의 사모투자를 이뤄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다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11번가는 사모펀드H&Q를 통해 국민연금 투자를 유치한 이후 지난해 매출 6,744억원·거래액 9조원을 기록했고, 적자는 678억원으로 56%줄었다. 반면 옥수수와 푹은 양사 매출을 합쳐도 1,000억원 안팎이며 이익과 유료사용자도 미비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SK텔레콤도 옥수수 통합법인은 싱가포르텔레콤과 맞투자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콤의 OTT서비스인 훅(HOOQ)과 협력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한다는 포석이다.훅은 싱텔이 2015년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와 설립한 합작회사(JV)로,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을 본 투자는 사모펀드같은 대형 재무적투자자 보다는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에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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