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아직은 일러"...윤석헌의 '回軍'

"사회적 수용도 높지 않아"
종합검사 시행 앞두고
금융위와 갈등 부담된듯


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근로자추천 이사제) 도입에 대해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윤 원장의 핵심 정책이었고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갈등까지 불렀던 사안인데 윤 원장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작전상 후퇴인지, 현실을 직시한 판단인지에 대해서는 배경설명이 따로 없었지만 기존 입장에서는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노동이사제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사회적 수용 정도가 높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과제에 노동이사제를 언급했고, 실제 학회와 공청회를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서는 조금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게 감독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융공기업은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이 문제를 끌고 가고 있으니 논의 사항을 지켜보고 나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최 위원장과 미묘한 갈등을 벌였던 윤 원장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윤 원장이 종합검사 실시 등을 앞두고 금융위와 전선을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윤 원장은 조만간 실시될 종합검사에 대해 금융위와의 공유를 강조했다. 윤 원장은 “(종합) 검사 방향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정리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받았고 최대한 반영해 금융위와 공유하고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으로 금감원과 갈등 중인 삼성생명이 첫 종합검사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 문제만으로 종합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정하지는 않았다. ‘유인부합적’ 방식, 즉 특정 기준에 미달하면 종합검사를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이슈만을 갖고 나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재차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첫 종합검사 대상 1호로 삼성생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윤 원장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사태의 재조사와 관련해서는 “(분쟁조정을) 조기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피해를 주장하는 4개 회사가 분쟁조정을 신청해 살펴봤고 은행과도 접촉해 정보를 확인했다”면서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렇게 늦지 않은 시기에 분쟁조정위에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이사회와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건전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라며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만난다는 것은 경영의 선을 넘어가겠다는 게 아니라 감독기구 입장에서 논의하고 소통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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