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범 논설위원의 관점]日정부 고도제한 풀고 용적률 확 높여...'도심 재생' 앞장

■도쿄는 어떻게 관광명소가 됐나
수도권 정비법 등 각종 규제 완화
100m넘는 빌딩 500여개로 늘어

연말연시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도쿄역 인근의 마루노우치 나카도리 거리에서 접하는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단연 화제다. 수백 그루의 가로수에 장식된 100만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연출하는 풍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상 37층의 마루노우치 빌딩은 각양각색의 점포와 고급 레스토랑까지 들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폰기힐스에 이어 도쿄를 대표하는 최고의 복합레저 공간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이 원래부터 유명 관광지였던 것은 아니다. 일본 천황의 거주지가 인접해 있어 이른바 ‘백척(약 30m) 규제’의 영향으로 건축 허가가 까다로워 10층 이상 빌딩을 짓기도 쉽지 않았다. 옛 마루노우치 빌딩만 해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겹쳐 입주사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임대료를 낮춰주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지난 2001년 탄생한 고이즈미 정부였다. 일본 정부는 도쿄 도심을 살리기 위해 고도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과감히 높여주는 등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용적률이 1,300%로 늘어났고 일부 건물은 1,700∼1,800%의 용적률을 적용받게 되면서 대대적인 건축붐이 일었다. 미쓰비시는 2002년 마루노우치 빌딩을 재개발한 데 이어 도쿄도와 함께 주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조작업에 나섰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내각부에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고 직접 본부장까지 맡았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든 데 이어 수도권 과밀화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정비법 및 근기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도쿄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냈다.

롯폰기힐스에서 300m가량 떨어진 옛 방위청 용지에 들어선 도쿄 미드타운도 3,700억엔의 개발비가 투입된 복합문화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복합상업시설인 히비야가 들어서 하루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조성된 건물의 연면적이 도쿄 디즈니랜드의 네 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1989년만 해도 50개에 불과했던 높이 1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지난해 약 500개로 늘어났다. 도쿄의 순유입 인구가 줄곧 10만명을 웃도는 것도 이런 도심 경쟁력 강화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민간기업을 과감히 끌어들임으로써 공공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수익성까지 갖춘 복합기능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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