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미세먼지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경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6일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경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 ‘미세먼지와 관련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경유 차량이 도로이동 오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확실한데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85%로 맞춰져 있는 만큼 연료비 차이를 없애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형화물차의 경유 트럭 비중이 93%를 넘는 등 경유 값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타격이 우려돼 경유세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상 찬성 측은 배출원의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감축의 최선이며 이를 위해 경유 값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무작정 운행을 줄이면 서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만큼 경유세 인상보다 매연저감장치(DPF) 장착 지원 확대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개최 열기로 한창 뜨거운 때인 지난 2002년 당시 심각해진 도시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경유차 대기오염 대책을 시민단체들이 규합해 대응한 적이 있다. 당시 레저용차량(RV) 등 경유차가 늘어나고 2005년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려는 정부정책이 있었지만 휘발유와 경유 가격비율은 100대70 정도였다. 정부·자동차제작사·시민단체 간의 장시간 토론 끝에 수도권대기질개선 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유종 간 가격비율을 100대85대60 구조로 바꾸기로 결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과거 휘발유가 자가용 승용차를 대상으로 특별소비세 등이 부과돼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됐고 경유는 산업용 연료라고 해서 싼 가격에 유통됐다. 현재 자동차 수요를 보면 경유를 사용하는 승용차·RV·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자동차 판매량의 50% 정도를 보여 이미 보편화됐으며 디젤 자동차는 올해 경험했던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 되고 있다.
석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휘발유와 경유는 같은 공정이지만 끓는점 차이에 의해 다른 출구로 생산된다. 따라서 원가 측면에서 근본적 차이는 없다. 과거 산업용 연료로 널리 사용됐던 시대의 연장선에서 가격구조를 유지할 명분은 이미 사라졌다. 유럽·미국 등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동일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오히려 경유 가격이 더 비싼 사례도 있다. 최근 생산되는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수준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사용연도가 길어질수록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량은 늘어난다.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미세먼지 오염사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미세먼지는 1주일 정도 이어져 과거 최대 3일 정도이던 정체기간이 늘어났고 최고 오염도도 수도권 초미세먼지가 140㎍/㎥(1㎍은 100만분의1g)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이런 상황에서 초미세먼지(PM2.5)의 미세먼지(PM10) 분율이 70%에 이르렀다. 연소과정의 생성물이나 불완전연소로 만들어진 대기 중 미세 물질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거리 이동현상에 의한 중국 등 외부영향이 초기에 중요하게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국내 미세한 입자 물질의 오염도는 대기 환경기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를 성분상 이미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고 심혈관계, 뇌 질환 및 치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된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2.5㎛(1㎛는 100만분의1m) 이하의 입자 물질을 지칭하지만 실제로 대기 중에서 0.1~1.0㎛ 정도의 주요 크기분포를 가지고 있다. 수십㎚ 크기의 나노 입자들에 대한 인체영향도 주목받고 있어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디젤엔진 배출에 대해 입자 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배출허용기준 자체가 중량기준이어서 디젤엔진 연소시 고압분사에 의해 초미세먼지 발생 개수농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감안한 결과다. 입자 물질 하나하나가 호흡기 등 인체에 흡입될 경우 같은 정도의 발암성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온 국민이 겪는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를 띄워 요오드화은 입자를 뿌리는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입자를 제거하거나 벽면에 귀금속 촉매 성분을 입혀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방법, 물대포를 이용하는 등의 조치가 제안되고 있다. 이미 대기에 배출된 오염물질은 주위 공기와 희석돼 저감장치에 의한 제거율은 매우 낮고 고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배출원 자체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유 디젤차의 단계적 저감이나 경유차 퇴출정책은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공표됐거나 시행 중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물론 경유 트럭으로 생계형 영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석유류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일부를 활용해 보조금을 주는 등 보완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환경·경제적으로 가능한 수단들이 조속히 강구돼 시민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마음 놓고 숨 쉬고 청정한 공기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