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꺾인 보잉737맥스…美마저 운항중단

'이륙 3초만에 급강하' 잇단 보고
항공당국, 연쇄사고 유사성 인정
美 눈치보던 日·加도 '비행금지'


미국 보잉사의 최신형 항공기 737맥스 기종이 안전성 논란으로 결국 전 세계 하늘에서 운항이 금지됐다. 보잉 737맥스를 옹호해온 미 항공당국이 13일(현지시간) 뒤늦게 이번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사고 간 유사성을 인정하며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가운데 미국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이 기종의 기체 급강하 보고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민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보잉사의 737맥스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을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맥스 8 여객기 추락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중국·인도네시아 등은 사고 직후 운항을 중단시켰다.


미국의 눈치를 봐온 캐나다도 이날 오전 737맥스의 영공 통과를 금지하며 에어캐나다의 보유 여객기 운항을 중단시켰다. 자국 항공사가 737맥스를 보유하지 않는 일본도 이날 운항을 전면 금지하는 등 지난 2017년 취항한 맥스는 당분간 완전히 날개를 접게 됐다. B737의 최신형인 맥스는 탁월한 연료 효율 때문에 전 세계 59개 항공사에서 387대를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앞서 미 연방항공청(FAA)과 교통부·보잉사 간 고위급 논의를 통해 737맥스의 운항 중단이 이날 사전에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도 운항 중단을 결정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FAA는 인공위성 데이터와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물을 분석해 지난해 10월 일어난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사고와의 유사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FAA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과거 737맥스 기종과 관련한 미 조종사들의 불만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으며, 특히 기체 머리 부분이 순간 급강하하는 ‘노즈다운(nose-down) 현상’에 대한 보고가 여러 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조종사는 “이륙 후 자동항법 장치로 전환한 지 2~3초 만에 노즈다운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한편 에티오피아 항공당국은 이번 추락 사고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저장장치 2대를 프랑스로 옮겨 분석하기로 했다. 이는 사고 과정에서 블랙박스가 훼손돼 정보판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도 조사 협조를 제안했으나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BEA)에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