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KCC(002380)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즈 인수단에서 빠진다. 자금 조달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신한은행은 인수금융 주선사인데 인수금액 30억달러(3조3,700억원)의 상당 부문을 책임질 예정이었다. 비록 KB국민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서지만 인수금융의 강자 신한이 빠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딜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보내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금융 구조를 조율하고 있는 사모펀드(PE) SJL파트너스는 최근 신한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 주선사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통보 받았다.
KCC컨소시엄은 인수대금(30억달러) 중 18억달러를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는 자금조달 계획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이 주선할 금액은 13억달러에 이른다. 금융권 조달액 중 60%에 달한다. 신한은행이 12억달러, 나머지 1억달러는 한국투자증권이 주선해 13억달러를 조달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SJL파트너스와 조달 조건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는데 다양한 변수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포기를 선언했다. SJL파트너스가 조건을 여러 차례 바꾼 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SJL파트너스 측은 신한이 금융주선을 포기하자 신한 측이 원하는 조건대로 진행하겠다고 다시 제안했지만 신한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이 최종적으로 빠지자 KB국민은행이 인수금융 주선에 나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투자의사를 보인 곳을 합치면 인수금액을 넘어선 만큼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IB 업계에서는 확실한 파트너인 신한은행이 빠지면서 에쿼티 투자에 나서겠다던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계획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인수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데다 인수금융 협상도 계획과는 달리 진행되면서 KCC의 심적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정지) 여파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비롯한 관련 업무가 중단돼 딜 종결 시기가 2개월 이상 연기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모멘티브 인수와 관련해 KCC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편 KCC와 SJL파트너스·원익QnC 등으로 구성된 KCC 컨소시엄이 인수하기로 한 모멘티브는 세계 2위의 실리콘 제조사다. 인수계획은 지난해 9월 체결됐다./강도원·서일범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