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경찰은 13일 정 씨가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맡긴 사설 포렌식 업체 ‘모바일랩’을 압수 수색했다. 정 씨는 지난 2016년 전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이 업체에 맡긴 바 있다. 경찰은 이 업체의 작업 과정에서 정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 방송 등에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최초 제보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메일을 통해 제보를 받았다는 등의 발언과 포렌식 업체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의 행동 등에서 최초 제보자가 휴대전화 복구 기사였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보자가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기사로 밝혀질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온라인 등에서는 기사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부는 ‘공익’을 위해 제보한 수리 기사의 행동이 용기 있다고 칭찬하지만 다른 일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수리 업체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반응하고 있다.
공익 제보를 칭찬하는 여론
공익 제보는 좋지만 휴대폰 수리기사를 믿기 어렵고, 불법 촬영물 유포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는 여론
포렌식은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서 데이터를 지우거나 살리는 기술이다. 개인이 촬영한 뒤 삭제한 사진이나 동영상도 복원 가능하다. 다만 데이터를 다루는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복원한 뒤 유출할 위험도 있다. 실제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휴대전화 서비스센터를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있고, 수리기사가 여성 고객의 휴대폰에서 나체 사진을 복원해 온라인에 유포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벌어진 바 있다.
때문에 이런 데이터 악용을 방지하려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 규정이나 처벌 수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촬영된 촬영물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불법촬영·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 현황’ 자료를 보면 2012~2017년 사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7,446명 중 실제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647명(8.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음란물 유포죄로 재판을 받은 1,680명 중에서도 30명(1.8%)만이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해 졌다. 촬영자나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