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왼쪽부터) 국립외교원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이 ‘협상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배경에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함께 겨냥했다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속도감 있는 남북경협을 주문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대한 북한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요구가 미국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북한은 한국 정부에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해보자는 그런 시그널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통한 경제발전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우리 정부를 매개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 정도는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도 그걸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중러 등 전통적인 우방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비핵화 조치로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는 영변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미국이 아닌 중러 협력을 통해 비핵화하거나 자발적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검증을 받고 제재를 풀려는 새로운 길을 가려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경제적 성과가 절실한 만큼 미사일 발사 등 극단적인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경제신문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새로운 인공위성 발사나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북한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제 도발은 당분간 자제하고 기싸움과 심리전을 전개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서경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북한은 도발에 나설 경우 잃을 게 많아 강온전략을 통해 외교적 이점을 취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