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감금폭행·흉기 난동' 사건땐 출동 경찰, 권총 사용 가능해진다

경찰 물리력 행사기준 최종안 발표
내달 경찰위원회 통해 연내 도입

물리력 사용 연속체/자료=경찰청

지난해 ‘유성기업 임원 집단 폭행’ ‘암사역 흉기 난동’ 사건 등 현장에서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판을 받아온 경찰이 공권력 강화 방안으로 수갑부터 테이저건, 권총까지 다양한 장구(장비)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심각한 인명 피해가 예상될 경우 최대 총기까지 사용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현장에서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2018년 12월4일자 1면 참조

경찰청은 15일 범죄 용의자의 저항에 따라 경찰관의 대응 수준을 구체화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을 발표했다. 물리력 행사 기준은 ‘물리력 사용 연속체’라는 시각물을 통해 현장 경찰관의 대응 수준을 범죄 용의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세분화했다. 범죄용의자의 저항 수준을 순응→단순불응→소극적 저항→폭력·위협 행사→치명적 공격 5단계로 구분한 뒤 단계별로 경찰관이 상황에 맞는 장구를 사용해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 도입될 물리력 행사 기준은 한국경찰법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됐으며 현장 경찰관들이 참여한 토론회, 전문가들의 법률 검토, 내외부 인권영향평가 등을 거쳤다. 경찰청은 다음달 경찰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올해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이 마련한 새 기준안을 보면 일단 가장 위험도가 낮은 수준인 순응과 단순불응, 소극적 저항은 ‘저위험 물리력’ 단계로 구분해 수갑·경찰봉·방패를 사용하도록 했다. 다음으로 위협·폭력행사는 ‘중위험 물리력’으로 규정해 수갑부터 테이저건·가스총까지, 가장 높은 수준인 치명적 공격은 ‘고위험 물리력’으로 권총을 포함해 모든 경찰 장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치명적 공격은 경찰관이나 제3자 등이 사망 또는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구체적 설명도 담겨 있다.

새로운 매뉴얼이 적용되면 일례로 지난해 11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유성기업 임원 집단폭행 사건의 경우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권총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유성기업 노조원 수십명은 회사 임원을 사무실에 감금한 채 수십분간 폭행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혔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도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경찰의 대응방식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한 현행 매뉴얼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범인이라 하더라도 총기·테이저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 차례 이상 경찰의 투항명령에 불응하거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총기를 사용하더라도 인권침해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일선 경찰들이 장구 사용을 꺼려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 법 집행 과정에서 과잉 또는 소극 대응 등 물리력 사용의 적절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새로운 물리력 행사기준은 인권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인적피해·법적책임으로부터 경찰관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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