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룡리 전원일기<16> 겨울에 태어난 강아지들아, 이젠 안녕

새 반려인 찾아 뿔뿔이 흩어진
다섯마리의 새끼 강아지들
이 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몇 일 앞두고 태어난 6마리 세끼 강아지들.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겨울 추위가 걱정돼 집안 1층 화장실에 어미와 새끼들의 임시 거처를 만들어 주었다. 대신 우리는 2층 화장실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기꺼이 불편을 감수했다. 우리 식구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어미와 새끼들은 아무 탈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새끼들에 기생충 약까지 먹였다.


겨울 햇살이 좋을 땐 마당으로 나갔다. 아직 걸음마도 다 못 뗀 새끼들은 뛰어가다 기우뚱 넘어지는데, 그 모습이 식구들 얼굴에 미소를 짓게 했다. 이빨이 가려운지 나뭇가지를 물어뜯고 데크 밑으로 사라진 새끼는 나오는 길을 못 찾아 낑낑. 지금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분양되기 전 우리 집에 있던 새끼들.

새 반려인의 품에 안긴 엄동이(사진 오른쪽)와 설한이(왼쪽)

2018년 끝자락에서 시작된 새끼들과의 생활은 2019년이 시작되면서 이별이란 현실 앞에 놓였다. 예정에 없던 임신과 출산, 아빠의 정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온라인카페에 ‘강아지 분양’ 글을 올렸다. 석연치 않은 출산으로 사람들이 새끼들을 별로 반기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안타깝게 태어난 운명 탓일까. 오히려 어린 새끼들 앞날을 걱정해주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새끼들을 키워보겠다는 마음과는 다른 감정이다. 애초에 몇 마리 데려가기로 했던 지인분이 갑자기 사정이 생긴 것도 그와 비슷한 상황 아니였을까. 그만큼 동물을 키운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다. 그래도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두 마리를 키워보겠다는 고마우신 분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떠나보내는 새끼들을 보던 둘째 딸은 갑자기 눈물을 떨구며 화를 내기도 했다. 한 달여 정도 함께했던 애틋함이 딸에게 깊이 베여 있었던 모양이다. 여섯 마리 중 다섯 마리가 새 주인을 만나 떠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지금 우리 집에서 어미와 생활하고 있다.

눈 구경하는 설한이.

새끼들을 분양 후 몇 주 뒤 반가운 사진이 핸드폰 카톡으로 왔다. 바로 두 마리를 데려간 분이 보내주신 강아지 사진이다. 집 입구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이름은 엄동이(수컷)와 설한이(암컷)란다. 한겨울에 왔다 해서 ‘엄동설한’으로 지었다고 한다. 참 잘 어울리는 남매가 아닐 수 없다. 아마 앞으로 우애 좋게 지낼 것만 같다. 엄동이와 설한이가 온 뒤로 부부 사이 대화도 부쩍 느셨단다. 아저씨는 퇴근 후 20분 정도 밖에서 엄동, 설한 남매들과 놀고 들어오신단다. 가족 간 대화의 주인공이 된 엄동이와 설한은 지금 또 다른 가족이 되어가고, 아니 되었다. 다른 강아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랜만에 봄비가 내린 어느 날, 봄꽃 같은 소식을 기다려본다. /최남호기자 yotta7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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