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대비해 단단히 껴입은 2월의 모습 feat. 혼다 포르자
때는 지난 2월의 어느날. 3월에나 바이크 시동을 거는 저로서는 아직 이른 시기였지만, 혼다의 300㏄ 중형 스쿠터인 포르자를 시승해봤습니다. 케이블 채널이긴 하지만 TV 광고까지 나올 정도로 혼다코리아에서 공을 들이는, 국내 정식 출시된 유일한 혼다의 쿼터급 스쿠터인 만큼 라이더들의 관심도 높은 기종입니다. 제 근처만 해도 “포르자가 진심 궁금하다!”는 분들이 둘이나(친구 별로 없음) 있으니까요. 특히 125㏄ 스쿠터를 출퇴근·이동용으로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이 떨어져서 아쉬운 분들이 꽤 계실 겁니다.
일단 겉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은 ‘예쁨’입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이지만 저 흰색은 희미하게 진주빛이 돌고, 흰색과 파란색 모두 미세하게 반짝이는 느낌이라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이걸로 출퇴근을 하더라도 왠지 평소보다는 기분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검은색·은색 모델도 있지만 흰색과 파란색 조합이 예쁩니다.
조용한 곳으로 포르자를 데려가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포르자는 참 많은 신기능을 갖춘 바이크입니다. 일단 스마트키가 기본이고,
처음에 어떻게 시동거는지 몰라서 좀 헤맨 건 비밀
키박스와 연료주입구. 키박스의 버튼으로 연료주입구, 시트를 편리하게 열 수 있습니다. 바이크 시트 열려면 내려서 주섬주섬 키를 꽂고 돌려야 하는 제 바이크들과는 천지차이...
윈드스크린이 전동식!!!입니다. 신기해서 자꾸 올렸다 내렸다 해보게 됩니다. 윈드스크린이 주행풍을 얼마나 잘 막아주는지는 경험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죠.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스크린
그리고 눈에 띄는 또 다른 장점은 사이드미러입니다. 기본적으로 제법 큰 거울인 데다 베젤(테두리)가 없어 더 시원하게 옆과 뒤를 비춰줍니다. 게다가 구형 포르자와 달리 사이드미러를 카울 쪽으로 옮겨 달면서 더 훤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직접 만져보셔야 하는 게, 핸들이 엄청 잘 돌아갑니다. 휠 베이스 길이도 구형보다 35mm 가량 줄어든 덕분에 민첩한 핸들링을 자랑합니다. 다른 중형 스쿠터도 타 봤지만 포르자는 핸들이 휙휙 옆으로 잘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조향각이 커서 초심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유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5㏄ 타다 좀 더 높은 배기량으로 갔는데 유턴이 불안한 그 마음 너무나 잘 이해하지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넘어져 봤는지 궁금하시다면 지난 두유바이크 정주행을 권해봅니다.
그리고 계기반. 있을 건 다 있네요. 밝은 햇빛 아래서도 시인성이 좋았습니다.
스쿠터의 생명은 수납공간입니다. 포르자의 수납공간은 시트 아래에 마련돼 있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열었다가 오오!?!
사진=3대천왕 캡처
무려! 풀페이스 헬멧 두 개가 들어갑니다. 저처럼 바이크 세 대에 가방 하나 안 달려있는(필요성은 언제나 느끼고 있지만 예쁜 거 고르는 과정이 귀찮음=게으름) 사람으로선 신세계인 것입니다. 이런 멘트 두유바이크에서 오지게 많이 쓴 것 같은데 진심 귀찮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오지다’가 표준어인 거 아시나요?(뜬금)
아무말 하는 사이 잠시 잊혀진 포르자의 널찍한 수납공간
이제 시트고 샷입니다. 시트고가 780㎜로 제 기준(키 165) 까치발은 어쩔 수 없지만, 공차중량이 185㎏로 크게 무겁진 않아서 부담은 적습니다.
긴 다리 갖고 싶다
사실 저는 이날이 시즌 오픈이라, 그리고 날씨가 아직 추웠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중형 스쿠터의 편안함에 빠져들었지 말입니다. 125㏄로 달릴 때는 가끔 한남대교 같은 데서 눈치 보느라 느리게 달리는 사륜차를 따라가기도 했는데요. 호랑이기운이 솟아나는 날엔 배기량이고 뭐고 내달리지만서도, 어쨌든 300㏄는 걱정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교외 투어로도 부족함이 없는 바이크입니다. 최대 출력 25.2마력(7,000rpm), 최대 토크 2.8kg·m(5,750rpm)로 시속 100㎞ 정도는 부드럽게 쭉쭉 올라갑니다.
제동력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앞뒤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에 ABS가 적용돼 원하는 때 멈출 수 있고, 혼다 스쿠터로는 최초로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이 탑재됐습니다. 미끄러운 길, 코너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바닥이 미끄러운 줄 모르고 출발했다가 바퀴가 털리는 상황을 막아줍니다. 아쉽게도 저는 서울 시내만 조신하게 달려보느라 체험을 못 해봤습니다.
HSTC 온오프 버튼(T 표시)
하지만 혼다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어 줬겠거니, 하는 신뢰가 있습니다. 저는 초심자 시절(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음) “혼다는 평범하고 개성없고 재미없는 바이크 아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후 알게 된 바이크 전문가 분들 중 다수가 혼다를 최애 브랜드로 꼽는 걸 보고 박쥐같이 신속히 입장을 바꾼 바 있습니다.
자료사진=초대형 박쥐
승차감이 저는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서스펜션이 딱딱하고, 시트 자체도 푹신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스쿠터 특유의 편안함으로 충분히 상쇄될 만한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다 포르자의 연비는 리터당 38㎞, 가격은 698만원입니다. 구형이 765만원이었는데 오히려 인하됐습니다. 동급 스쿠터와의 경쟁에 좀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미일까요? 디자인이 눈에 쏙 들어온 CB650R도 그렇고, 요즘 혼다 새 바이크의 가격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왠지 시찰 나온 공무원 포즈로 마지막 한 컷
요즘 주말마다 일정 때문에 아직 본격 개시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덥다고 한탄할 날도 곧 오겠죠(아오). 오늘도 독자 여러분들의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기원해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