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테러범, 북한, 파키스탄, 동유럽 등지 여행 후 사람 변해"

'김일성 동상' 삼지연 대기념비서 촬영한 사진 공개
트레이너 경력도…암호화폐와 유산으로 경비 마련
자동소총 탄창에 오스만제국과 싸운 영웅 이름 적혀
불가리아 검찰, 동유럽 여행과 범행 연관성도 조사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테러 총격범 브렌턴 테런트./연합뉴스

뉴질랜드 테러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의 페이스북. 테런트는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슬람 사원 총격 현장을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 했다. /출처=페이스북 캡처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 용의자가 과거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의 주변인들은 용의자가 북한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열정적인 모습에서 심경에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했다.

호주 ABC 방송은 16일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인 브렌턴 태런트(28)가 북한을 포함해 유럽,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곳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태런트가 포함된 단체 관광객들이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의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단, 정확한 방문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런트가 최근 각국을 여행했다고 밝혔다.

세계 여행에 앞서 태런트는 고교 졸업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그래프턴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했다고 ABC는 전했다.


이 피트니스클럽 매니저 트레이시 그레이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태런트는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운동을 가르칠 정도로 매우 헌신적인 개인 트레이너로 총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며 “해외여행 기간에 그에게서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고 증언했다.

태런트는 트레이너로 일하며 받은 봉급 외에 비트코인과 유사한 암호화폐인 비트커넥트에 투자해 번 자금과 약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도 여행에 사용했다.

일부 외신들은 그레이의 인터뷰 발언을 근거로 태런트의 북한 여행을 부각하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모스크 학살 혐의를 받는 브렌턴 태런트는 북한을 방문한 뒤에 변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레이가 북한 방문을 포함한 태런트의 해외 여행을 그가 변한 이유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과 파키스탄 방문에 주목하는 일부 매체와 달리 당국은 지난해 말 동유럽 여행과 이번 테러 사건의 연관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현지 매체 뉴질랜드헤럴드가 전했다.

소티르 차차로프 불가리아 검찰총장은 태런트가 지난해 11월9일 두바이발(發) 항공편으로 입국해 11월15일까지 불가리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수사·안보 당국은 태런트의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자동소총 탄창에 키릴 문자와 동유럽 언어로 글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창에 적힌 글자 중에는 옛 오스만 제국에 맞서 싸운 영웅적인 인물과 당시 유명한 전투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고 뉴질랜드헤럴드는 보도했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2곳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현재까지 모두 49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당시 총격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중계한 태런트는 범행 직후 붙잡혀 기소됐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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