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빼면 '수출효자산업' 꼬리표 민망한 IT

IT수출 13년 1,155억달러→18년 922억달러


정보통신(IT) 산업 수출이 반도체를 뺄 경우 지난 2013년(1,155억 달러) 정점을 찍은 후 5년 연속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 규모가 922억 달러까지 떨어져 반도체가 포함될 경우(2,204억 달러)의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 메모리 시황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라 올해 IT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통계를 이용해 IT산업 수출을 분석한 결과, IT산업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6%에 달했다. IT 수출은 지난 1996년 412억 달러에서 지난해 2,204억 달러로 연평균 7.9%씩 커졌다. 특히 최근 2년 새 연 16.5%나 늘어 수출효자 산업이 됐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IT 수출액이 922억 달러로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IT산업 수출은 2013년 1,155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째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해 수출도 2013년과 비교하면 20% 빠졌다.

IT는 △전자부품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 및 방송기기 △영상 및 음향기기 △정보통신 응용기반 기기 등 5개 부문으로 분류된다. 이 중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부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부문의 IT 수출 비중 합계는 1996년 54%에서 2018년 25%로 크게 줄었다.

한경연은 차기 IT산업을 이끌어갈 뚜렷한 유망수출품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IT 20개 품목 중 반도체 제외 시 최근까지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5개에 불과했다. 20개 품목 중 수출액이 지난 2015년 후에도 늘어난 품목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측정제어분석기기 등 6개였다. 이 중 반도체를 제외한 5개 품목은 2018년 IT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에 그쳤다. 이전부터 주력 IT 품목의 수출이 완연한 하락세였다는 얘기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20년 넘게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IT산업이 수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올들어 반도체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어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 수출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규제개혁, 노동시장 경직성 개선,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조세환경 정비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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