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빈 조치원소방서 소방사가 지난 15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구급차에 탑승해 조수석에 앉아있는 선배 구급대원의 지시를 받고 있다. /세종=변재현기자
“집 안에 남편이 혼자 있는데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11시16분에 들어온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한 구급차는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6시께부터 내린 진눈깨비로 인해 구급차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손잡이를 잡지 않고는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았지만 함께 탑승한 구급대원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익숙한 움직임으로 구급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119구급대원들은 단순 구조·응급 신고에서부터 대형 사고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많게는 수십차례 출동한다. 이 과정에서 아픈 사람을 이송하면서 생기는 감염 가능성에다 주취자에 의한 신체·언어 폭력까지 쉽게 노출된다. 특히 주취자를 이송하는 업무는 큰 위험이 따른다.
실제로 이날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조치원소방서 조치원119안전센터 구급차에 동승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급대원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주취자의 등장 여부였다. 이은영 소방교는 “금요일 밤에는 술에 취해 길에서 자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주취자 출동은 없었다. 최진태 소방장은 “도와주러 온 사람을 때리고 욕을 한다”면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최고형을 받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치원소방서 구조·구급대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환자를 구조하기 위해 잠긴 문을 개방하고 있다. /세종=변재현기자
구급대원들은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투병하다 숨진 고(故) 강연희 소방경이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데 대해 한결같이 “사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자가 구급차 동승취재지역으로 세종시 조치원읍을 선택한 이유는 강 소방경의 근무지가 전북 익산시였기 때문이다. 세종과 익산은 지난 1월 기준 인구 수가 약 30만명으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동 횟수가 적지만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장거리 이송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이날 오후 7시 18분 조치원에서 약 6㎞ 떨어진 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지만 정작 이송병원은 사고 발생지에서 25㎞나 떨어진 대전 유성 선병원이었다. 30분 동안 이송해야 했다. 이 소방교는 환자를 이송하면서 구급차 내에서 응급 처치를 했다. 길이 미끄러워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보였지만 처치를 해야 하는 탓에 안전벨트도 제대로 매지 못했다. 운전요원인 최 소방장은 “응급 상황일 때는 과속이 불가피해 차를 타고 다니는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구급차 내부 공간이 협소해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구급대원이 폭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가 누워서 이동하는 들것과 구급대원이 앉는 의자의 거리는 불과 30㎝도 되지 않았다. 임용 후 이날 처음 근무한 최영빈 소방사에게 ‘주취자가 때릴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무덤덤하게 “그냥 맞아야죠”라고 답했다. 구급대원이 제압을 하면 오히려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맞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구급대원들의 처지가 딱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구급대원들은 ‘감염 예방’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환자를 이송하기 때문에 환자의 타액·혈액 등에 상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혈당 확인 및 정맥 투여용 바늘 등 의료기구가 있어 감염 가능성에 상시 노출돼 있다. 이 소방교는 “독감 예방 주사는 반기에 한 번씩 접종하고 이 외에도 파상풍·간염·결핵 예방 주사도 일괄 접종한다”고 말했다./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119구급대 구급차 내부 모습. 환자가 누워서 이동하는 들것과 구급대원이 앉는 의자의 거리가 채 30㎝도 되지 않는다. /세종=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