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땅을 일궈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드는 사람을 개척자라고 한다. 황무지를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들자면 얼마나 비지땀을 흘려야 할까. 그래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것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다.
요즘 내게 가장 큰 화두는 회사의 주력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일이다. 그리고 원전산업계의 유지와 발전이다.
국내 원전산업의 우수한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협력 기업들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해외 판로를 스스로 개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협력기업들의 수출 길을 트기 위해 우리 회사가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3월 초 22개 기업과 터키 이스탄불에 가서 터키 시장개척단 출정식을 가졌다. ‘Atom Pioneer! 나가자, 세계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터키 시장 진출의 결의를 다졌다. 터키가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국인 유럽과 공급국인 러시아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오는 2023년까지 3기의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열린 기업간거래(B2B) 미팅에서 터키 기업 관계자들에게 기술을 소개하던 우리 기업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자리에는 두산중공업 협력사 5개 기업도 참여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로 갔던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기업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국내 원자력산업은 기술도 자본도 없던 불모의 땅을 개척해 오늘의 발전을 이룩했다. 앞으로는 급변하는 세계 원자력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강자가 돼야 한다.
세계 원자력 시장,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경우에는 대용량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중소형 원자로와 해양 원자력 등 원자력과 다른 기술의 융복합으로 중심축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우주·국방 산업 등과 원자력 기술을 접목해 신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분야도 있고 의료산업 등에 활용되는 방사선 분야도 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저력이 충분하다.
이에 걸맞게 우리 회사도 초기 개념 설계를 포함한 연구개발(R&D)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해외 프로젝트는 특성상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이역만리를 이웃집 다니듯이 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금 뿌리는 씨앗들이 언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부지런히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만큼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먹거리가 풍성히 열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