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
“돈 위에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류준열(33·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지만 오직 ‘대박’만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연기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류준열은 이번 영화에서 일확천금의 부푼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뛰어드는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을 맡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이름을 알리고 영화 ‘택시 운전사’를 통해 믿음직한 연기력을 선보인 류준열이 처음으로 ‘원톱’ 주연에 나선 작품이다. 특출난 배경도, 화려한 인맥도 없는 조일현은 입사 후 10개월 동안 아무 실적이 없어 해고 위기에 몰리는데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주식 시장의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가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면서 조일현은 순식간에 큰돈을 손에 쥐게 된다.
류준열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도입부에 나오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일현의 내레이션에 시선이 꽂혔다”며 “어른과 소년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청년 세대의 보편적인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류준열은 “일현이 승승장구하면서 ‘돈의 맛’에 취한 모습만 그려졌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한 성공을 경험했다가 시시각각 조여오는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떠는 인물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자신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배우 류준열
청년 사원 조일현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이 번호표라면 성찰과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은 금융감독원 수석검사인 한지철(조우진)이다. 류준열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이 여러 인물과 함정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라서 매력을 느꼈다”며 “그 변화의 폭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갈린다고 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점점 변해가는 일현을 연기하기 위해 눈빛에 대한 고민을 특히 많이 했다”며 “이미 변해버린 일현의 모습을 찍다가 다시 신입사원 장면을 연기해야 했던 적이 있는데 원하는 눈빛이 나오지 않아 촬영을 포기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부(富)를 향한 욕망을 다룬 작품을 찍은 배우답게 류준열은 돈에 대한 소신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돈 없이는 살 수 없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의 문제”라며 “통장에 잔고가 별로 없어도 만족할 수 있다면 괜찮은 것이고 어마어마한 돈이 있어도 불안에 떨면서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면 돈에 쫓기고 사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하는 기쁨”을 새삼 느꼈다는 류준열은 언젠가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지만 가진 것도, 배경도 없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며 “부족함 없이 자라 여유가 넘치고 꼬인 구석도 없는 ‘금수저’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연구해 보면 참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