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이 오는 22일로 1년을 맞지만 무역협상 타결은 막판 ‘깔딱고개’에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지난해 12월1일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한 후 100일 넘게 협상을 진행하며 합의안의 틀과 주요 내용에서 상당 부분 접근을 이뤘지만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이 워낙 큰데다 정치·외교적 민감한 사안들이 가세해 최종 합의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게다가 지난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상을 깨고 결렬된 바 있어 그간 이룬 미중 간 진전도 언제든 무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22일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행위로 미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추가 관세 부과 및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등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이후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60억달러어치의 제품에 관세 폭탄을 날렸고 지난해 9월에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매기며 전선을 확대했다. 중국도 즉각 같은 규모의 보복에 나섰지만 수입 규모가 미국보다 크게 작아 지난해 9월 보복관세 600억달러 규모로 정해 총 1,1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때리는 한편 미국산 대두와 천연가스 수입 물량을 감축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당초 트럼프 정부는 10%의 추가 관세를 매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올 1월부터 관세를 25%로 높여 대중 제재를 강화하려다 지난해 12월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나 90일간의 휴전 및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이후 미중 협상단이 베이징과 워싱턴DC를 오가며 각료급 고위 회담만 다섯 차례 이상 개최하고 수시로 전화회의를 하며 무역합의의 큰 틀을 마련해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자리한 미중 무역분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자 미중 무역전쟁 종결을 둘러싼 기대도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중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다시 옥죄고 있다. 실제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람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담함을 시 주석이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국은 이달 말 추진했던 정상회담 개최를 연기했다.
특히 양국이 최종 합의를 놓고 막판에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협상 불발이나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것은 없다”며 거듭 중국에 대한 공세를 폈다.
중국도 이에 4월 정상회담 개최마저 연기될 가능성을 흘리며 막판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다음달로 예상됐던 미중정상회담이 6월로 연기될 수도 있다”며 “미중이 다음달까지 무역합의안을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1년간의 무역전쟁으로 수출 위주의 중국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으며 경제성장률 둔화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미국 역시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커지며 적잖은 내상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학자들이 잇따라 무역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가운데 UC버클리와 UCLA·컬럼비아대·예일대 등 주요 대학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지난 한 해 미국의 경제적 피해액이 78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