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원 급증 '재정부담 부메랑'] 정부 고용창출 압박에 "늘리고 보자"...도로公 인건비 14%↑

정규직 전환·자율정원조정제 따라 인력 효율화 없이 증원
총 인건비 2013년 18조→2017년 24조...30조도 시간문제
고용유연성 떨어지고 대규모 명퇴 땐 세금부담 증가 부작용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558명, 670명의 신규채용(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포함)을 했고 올해 32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매년 정원의 10% 내외로 신규채용을 하면서 전체 임직원은 2016년 5,091명에서 2018년 5,878명까지 확대됐고 이제 6,000명을 훌쩍 넘어서게 됐다. 이로 인해 총 인건비는 2017년 4,165억원에서 올해 4,902억원으로 2년 사이 18%나 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320명을 뽑았고 올해 294명의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직원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인건비는 지난해 4,462억원에서 올해 5,104억원으로 14%나 증가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인건비가 같은 기간 604억원에서 732억원으로 21% 급증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급속도로 비대화되고 인건비와 복리후생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시 방만 경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증가한 인원이 필요한 영역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한다기보다 간접비용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인건비 총액은 2013년 18조8,766억원에서 2017년 24조3,304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복리후생비는 2013년 9,439억원을 기록했다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경영진의 고액성과급이나 과도한 교육·의료비 등을 개선해 2014년 7,475억원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다시 야금야금 증가하면서 2017년 8,363억원까지 커졌다. 여기에 최근 10% 안팎의 인력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모두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대로면 공공기관 인건비가 30조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정규직 인력의 경우 별도 사업비로 책정돼 이 인건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올해 인건비가 1~2년 전보다 10% 이상 높게 잡혔다.


추 의원은 “현 정부가 국민혈세 주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면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도 무리하게 추진하고 최근 2년간 공공기관 인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추후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민간주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정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증가한 것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채용 압박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영향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해부터 기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의 최종 승인 없이 결과 통보 절차만으로 증원할 수 있는 ‘자율정원조정제도’를 도입한 점도 작용했다.

물론 경기침체시 공공 일자리를 늘려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다만 개별 기관들이 장기적인 부담을 알면서도 이때다 싶어 무작위로 인력을 늘리는 모습이 나오면서 불필요한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산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도 아닌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효율화로 기존 일자리에서도 예전만큼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예산을 들여 드론을 대량 구매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산불감시원 인력을 증가시키는 식이다.

게다가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여건을 고려하면 ‘족쇄’가 돼 차후 기관의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의 경우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과거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8년같이 한시적으로 위로금을 늘려 대규모 명예퇴직을 하게 되면 국민 세금 부담만 커지게 된다. 당시 공공기관은 2~3개월 동안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감원을 단행하면서 명예퇴직금 방식의 위로수당을 지급했고 모럴 해저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확대가 오히려 민간을 위축시킬 수 있어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예산으로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급해서 뽑아놓으면 나중에 대규모 명예퇴직금을 주고 축소하는 부작용이 예상되고 공공기관 정원을 계속 늘리면 재정 안정성에 큰 위협을 주게 될 것”이라며 “세금 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더 하도록 합리적인 민간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