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부는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 평균 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4만9,000개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국립대의 빈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불을 끄는 데 1,000명, 전통시장에서 전단지·휴지 등을 줍고 화재 위험을 살피는 데 2,400명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통계 관리를 위해 세금으로 형편없는 일자리를 급조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맞춤형 일자리”라며 “경력관리나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면이 있다”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16만5,000명 늘어 10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각 부처·기관은 단기 취업자 4만1,303명을 만드는 데 1,332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지원자가 부족해 20일짜리 일자리를 2일짜리로 쪼개고 수차례 추가 공고를 내는 등 실적 채우기에 급급했다. 청년이 일 경험을 쌓고 경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17일 주요 61개 부처·공공기관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들 기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31억9,462만원을 들여 총 4만1,303명을 고용했다. 일자리 매력도가 떨어지다 보니 원래 계획한 4만3,634명에 미달했다.
총 80여개 일자리의 채용 기간은 길게는 12개월에서 짧게는 2일로 평균 2.97개월에 불과했다. 채용된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독·관리하는 체계도 사실상 없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라텍스에서 생활방사선(라돈)이 검출되는지 측정하는 요원을 원래 계획(1,000명)보다 많은 1,101명 채용했지만 업무 모니터링은 e메일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향후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2곳(한국수자원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뿐이었고 대부분의 채용 인원이 2~3월 사업 종료로 이미 퇴사했거나 퇴사 예정이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는 지원하지 않거나 합격해도 입사를 포기했다. 61곳 중 24곳은 원래 계획보다 채용 인원이 적었다. 결국 해양수산부는 일부 지역 해양안전개선 일자리의 근무기간을 20일에서 2일로 줄이는 대신 채용인원을 20명에서 248명으로 대폭 늘렸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촌 폐비닐 수거 인력을 당초 계획(4,920명)보다 많은 5,564명 채용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