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유착' 있었나…美 검찰, FAA 조사

추락기종 안전성 등 승인 관련
檢, 이메일·통신기록 제출 명령
'검증 소홀' 과실여부 가릴 듯
FAA 내부서 "보잉 7년 전부터 안전승인에 입김" 폭로도 나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턴의 보잉 생산공장에 세워진 항공기 옆면에 ‘737 MAX’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 /렌턴=로이터연합뉴스

미 검찰과 교통부가 연방항공청(FAA)을 대상으로 최근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른 보잉 737맥스의 안전성 승인 과정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연방검찰과 교통부가 극히 이례적으로 상업용 항공기의 안전성 승인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데 더해 보잉 737맥스의 안전 승인 과정에 보잉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FAA 직원들의 폭로까지 더하면서 보잉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워싱턴DC 지방법원 대배심이 FAA에 ‘737맥스 8’ 기종의 안전 승인 절차와 관련해 보잉사와 주고받은 e메일과 통신 기록 등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명령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은 이 사안을 민사가 아닌 형사 문제로 접근하고 있어 새 항공기 기종 승인을 두고 FAA와 보잉사 간 유착이나 최소한 검증 소홀에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통부도 새 항공기종 도입을 앞두고 안전성 검증이나 조종사 훈련에 대한 감독이 충분했는지를 따져 FAA의 과실 여부를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부 내부 감사팀은 항공기 안전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보잉이 이 기종을 어떻게 설계하고 조종사들이 어떻게 훈련받았는지, FAA가 어떻게 이 기종을 승인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팀은 FAA가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으로도 알려진 자동실속방지 시스템을 허가하는 데 적절한 설계기준과 기술분석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자동실속방지 시스템이란 난기류 등으로 항공기 주위의 공기 흐름이 무질서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기체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장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사고에서 추락 직전 나타난 급격한 고도 상승과 하락, 속도 변화 등은 737맥스 8 기종의 감속방지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FAA 직원들이 이미 7년 전부터 보잉사가 새 비행기의 안전 승인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항공기 승인 과정에서 보잉의 입김 의혹을 증폭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12년 당시 새 항공기 설계 및 수정설계를 승인한 직원들이 보잉 때문에 ‘부정적인 작업환경’이 조성됐고 이로 인해 737맥스 기종의 개발이 앞당겨졌다고 진술했다고 18일 전했다.

FAA는 737맥스가 설계분석, 지상·비행 시험, 유지관리 조건, 항공당국과의 협력 등 항공청의 ‘표준 승인 절차’에 따라 승인됐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통부는 물론 미 법무부까지 조사에 나선 가운데 에티오피아 교통부는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10일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와 지난해 10월 사고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그마윗 모게스 교통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사고기) 블랙박스 데이터는 두 사고 간에 명백한 유사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블랙박스 데이터는 성공적으로 복원됐고 미국 조사팀과 우리 팀이 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사고 조사 결과를 담은 예비보고서는 30일 이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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