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처럼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10년 후에 수도권 아파트 3분의 1 가량이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단지 노후화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재건축 규제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최근 시가 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의 대안인 리모델링의 경우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의 노후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펴낸 ‘노후 주거단지와 주변 지역 연계재생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노후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 노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공동주택 현황을 토대로 만들어진 최신 자료다.
◇ 10년 후 수도권 3분의 1이 재건축 대상 =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거단지 1만 5,976곳 중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 초과 단지는 4.9%(785곳)다. 노후단지는 특히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서울의 경우 30년 초과 단지 비율은 12.5%(295곳), 인천은 7.3%(58곳)다.
준공 30년 초과 단지를 시·군·구 등으로 보면 상위 10곳 중 8곳이 서울이다. 이 중 강남구(1위), 서초구(3위), 송파구(4위), 강동구(6위) 등 ‘강남 4구’가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서울은 전국에서 준공 15년 이하 주거단지 비율이 가장 낮았다. ‘젊은 단지’는 가장 적고 ‘늙은 단지’는 가장 많다는 뜻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의 경우 정부가 계획적으로 일정 시기에 집중 개발했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도 비슷하게 몰렸다”며 “그렇다고 해서 같은 시기에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면 전세 문제 등 부차적인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시재생 문제는 시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주택 노후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준공 20년을 초과한 곳은 전체의 35.2%(2,564곳)였다. 향후 10년 이내에 수도권 소재 주거단지의 3분의 1 이상이 재건축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갈수록 강화 되는 서울시 재건축 규제 = 반면 정비사업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대상 물량은 늘었지만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으로 재건축 사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규제 강화 이후 재건축에 나서는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시는 규제를 더 들고 나왔다. 아예 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시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업지연 등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같은 서울시 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재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리모델링 추진도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특히 활성화의 최대 관건인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체계적인 재고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