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카드의 캐시백 혜택 축소는 가맹점과 카드사 간 결제 수수료 갈등이 소비자의 실질적인 혜택 축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개편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결과 카드 이용고객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혜택이 일방적으로 축소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쏟아부었던 마케팅 비용을 정상화한다고 해도 손쉬운 고객 혜택 줄이기부터 나서다 또 다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카드의 캐시백 혜택 전면 중단은 그동안 우려해왔던 카드 이용고객의 혜택 축소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카드 업계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를 통한 총거래금액은 20조원.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카드 거래액이 10%라고 가정하면 캐시백 중단으로 날아가는 고객 혜택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정부가 장려하는 간편결제와 체크카드 결제 기반의 서비스임에도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간편 결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의 영역에 개입할 때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의 경우 ‘중소·자영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명제에만 집착해 여러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에서 우위를 내준 전업 카드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면 고객 혜택을 줄이는 길 밖에 없다. 정부가 마케팅 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갈등이 커질 때는 ‘관치 논란’을 의식해 뒷짐을 지면서 고객 혜택 축소를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가맹점과 대형 가맹점 간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적격비용을 산정해 현대자동차와 수수료율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완패했다”며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고객 혜택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또 당국은 뒤로 숨으면 고객들의 반발을 카드사가 오롯이 져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가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백화점·이동통신사 등 대형 가맹점과 제휴된 카드의 경우 고객들이 각종 요금할인이나 무이자할부, 포인트 적립 등을 꼼꼼하게 비교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 축소에 나서면 대형 가맹점의 카드 결제 금액도 덩달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가맹점과 카드사 간 갈등이 전면적인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수면 아래에 있을 뿐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게다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 업계의 후방산업인 밴 사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2012년 국회와 여론에 떠밀려 민간의 영역인 카드 수수료 산정에 개입하면서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됐다는 자조 섞인 우려도 나온다. 카드수수료 개편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는 2012년 2월 정부의 수수료 개입을 명문화한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이 처음 국회에서 논의될 때 반대 입장을 폈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모든 가맹점이 수용할 수 있는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산출하라는 법은 사실상 집행하기 곤란하다”며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강제하는 법률은 다른 영역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좋지 않은 입법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법 개정안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 주도로 정무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