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승현기자 2019.3.17
대담=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양극화 해소인데 오히려 지난해 소득분배·일자리지표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정부 여당은 이른바 ‘이념투쟁’으로 대한민국이 아닌, 남북 경제협력 등 북한이 먹고사는 문제만 챙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청년들입니다.”
18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나경원(사진) 한국당 원내대표의 얼굴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지난해 12월11일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야 할 만큼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맞선 투쟁까지 맞물리면서 그는 4~5시간가량의 취침시간 외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화두로 던지자 나 원내대표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때 보여준 바로 그 눈빛이었다. 당시 연설로 인해 그는 ‘국가원수 모독’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하지만 보수층으로부터 나 원내대표의 성(性)과 15세기 프랑스 여전사 잔다르크 이름을 합성한 ‘나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나 원내대표는 먼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현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양극화 해소’라는 공식이 최근 각종 지표상에서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에서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7% 줄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18% 급감한 데 비해 상위 20%는 명목소득이 20%나 늘었다. 게다가 같은 시기 취업 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2017년 4·4분기(0.80명)보다 크게 줄었다.
나 원내대표는 “일자리지표 가운데 청년·40대 일자리가 줄고 소득분배지표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나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시지가를 올려 늘어나는 세금을 무작정 쓰는 ‘현금 퍼주기 정책’에 나서고 있다”며 현 정부를 이른바 ‘욜로 정권’에 빗댔다. 이는 세금 올리기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몰두하고 있는 현 정부의 형태에 대한 작심 발언이다.
나 원내대표는 “현재 예비비로도 충분하다”며 “재해예산도 예비비를 쓴 뒤 추진하는 게 추경 요건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 퍼주기는 마약과 같다”며 “경제적 파탄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기초체질이 튼튼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져 경제위기를 자초한 베네수엘라 사태를 현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책 전환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 원내대표는 이념정치·역사공정에 치우친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빨갱이’ 발언을 통한 ‘친일파 프레임’으로 이념 갈등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서훈에 대해 지적하면서 나온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발언은 현 정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며 다른 잣대로 바라보는 현 정권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특히 지지율 측면에서 ‘야강여약(野强與弱)’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현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나 원내대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이념투쟁에 나선 정부 여당이 아니라 한국당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 (우리) 정권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등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 바 있다”며 “앞으로 (우리 당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고 정책적 실현을 이뤄낸다면 자연히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합리화, 장기보유자 재산세 감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 연장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국민 부담을 줄이는 민생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면 자연히 민심이 한국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다.
/정리=안현덕·양지윤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