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중 각종 질환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비타민D다. 비타민D는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에서 합성된다. 그래서 ‘햇볕 비타민(sunshine vitamin)’으로 불린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87%, 여성의 93%가 비타민D 부족 또는 결핍 상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데다 흰 피부, 자외선 차단을 유난히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얼굴 외에는 햇볕을 보기 힘든 겨울이 지났지만 툭하면 엄습하는 미세먼지는 야외활동과 비타민D 생성을 방해한다.
비타민D는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도와 혈액에 칼슘이 부족하지 않게 해준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아무리 칼슘을 섭취해도 우리 몸으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된다. 칼슘이 부족하면 뼈세포를 파괴해 부족한 혈액 내 칼슘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골감소증·골다공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된다.
임산부의 비타민D 부족은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홍수종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부의 혈중 비타민D 농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신생아의 탯줄혈액 비타민D 농도가 중증 결핍(10ng/㎖ 미만) 상태면 정상인 경우보다 생후 3년간 아토피피부염 발생 위험이 2.77배 높고 피부염의 중증도가 높았다.
웨이수친 캐나다 몬트리올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 중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낮아지고 신생아의 칼슘 수치가 높아져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부의 비타민D는 태아의 뼈 성장과 근육·심장·신경·면역반응 발달 과정에 도움을 준다.
출생 이후로도 비타민D가 결핍되면 유치가 빠진 후 영구 치아가 생겨 날 때 에나멜(법랑질)층에 축적돼야 할 칼슘·불소·인 등 미네랄의 적정 농도가 부족해 충치가 잘 생기고 치아가 누렇게 되며 약해진다.
비만 아동·청소년에게 12개월간 비타민D 보충제를 먹도록 했더니 체질량지수(BMI)와 체지방이 크게 줄고 혈관건강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졌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D는 근육량·기억력이 떨어지고 피로·우울해지는 노쇠 현상을 예방하고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유럽의 8개 연구팀이 60세 이상 2만여명을 조사해보니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매우 낮은 12.5nmol/ℓ에서 20, 40, 60, 94nmol/ℓ로 증가함에 따라 노쇠 위험이 4%, 14%, 23%, 36% 감소했다.
비타민D 수용체는 거의 모든 조직·세포에서 발현돼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하므로 혈중 농도가 적당해야 낙상·통증·자가면역질환·심혈관질환·인지기능·우울증·치주질환과 대장암·유방암 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폐경 후 비타민D 부족이 유방암·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자유대학 메디컬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 라치다 라피크 박사가 45~65세 남녀 수천명을 조사했더니 복부지방이 많을수록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타민D 부족을 막으려면 하루 최소 1,000 국제단위(IU)의 비타민D 섭취가 필요하다. 임신부나 모유를 먹이는 여성은 필요량이 4,000~5,000 IU로 일반인의 2배나 된다. 여름철 20분간 일광욕을 하면 2,000IU의 비타민D가 생성된다. 음식으로 이 정도의 비타민D를 얻으려면 우유 200잔 또는 계란 노른자 40개를 먹어야 한다.
황희진 대한비만건강학회 총무이사(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혈중 비타민D가 부족한 게 확인되면 먹는 보충제나 주사제로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며 “다만 지용성이어서 식전에 먹으면 장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고 식사 때 분비되는 담즙산의 양에 따라 흡수 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