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탄력근로제 연장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연 국회가 선거제 개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여야 4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2면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해 ‘할 일을 하자’는 측면에서 국회 개원에 동의했다”며 “하지만 (여야 4당은)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부터는 (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주휴수당·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도 시급히 논의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이는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이 아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우회적 주장으로 풀이된다.
나 원내대표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폭로,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여론조작,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등 각종 의혹을 파헤칠 특별검사·국정조사 요구를 포기하면서까지 국회 개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그치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이 본인 이익이 아닌 ‘국민 밥그릇 챙기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빨갱이’ 발언을 현 정권이 이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역사 공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보훈처가 추진 중인 서훈 조사도 갈등 조장의 불씨를 지필 요인으로 꼽은 그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다시 서훈함으로써 우리 사회 내 새로운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현덕·양지윤기자 always@sedaily.com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승현기자 2019.3.17
나경원 “文정부·與, 이념논쟁 급급 국민 외면…우린 민생경제 살릴 것”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양극화 해소인데 오히려 지난해 소득분배·일자리지표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정부 여당은 이른바 ‘이념투쟁’으로 대한민국이 아닌, 남북 경제협력 등 북한이 먹고사는 문제만 챙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청년들입니다.”
18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나경원(사진) 한국당 원내대표의 얼굴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 묻어났다. 지난해 12월11일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야 할 만큼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맞선 투쟁까지 맞물리면서 그는 4~5시간가량의 취침시간 외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화두로 던지자 나 원내대표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때 보여준 바로 그 눈빛이었다. 당시 연설로 인해 그는 ‘국가원수 모독’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하지만 보수층으로부터 나 원내대표의 성(性)과 15세기 프랑스 여전사 잔다르크 이름을 합성한 ‘나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나 원내대표는 먼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현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양극화 해소’라는 공식이 최근 각종 지표상에서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소득 부문 가계동향조사에서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7% 줄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18% 급감한 데 비해 상위 20%는 명목소득이 20%나 늘었다. 게다가 같은 시기 취업 가구원 수는 0.64명으로 2017년 4·4분기(0.80명)보다 크게 줄었다.
나 원내대표는 “일자리지표 가운데 청년·40대 일자리가 줄고 소득분배지표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나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시지가를 올려 늘어나는 세금을 무작정 쓰는 ‘현금 퍼주기 정책’에 나서고 있다”며 현 정부를 이른바 ‘욜로 정권’에 빗댔다. 이는 세금 올리기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몰두하고 있는 현 정부의 형태에 대한 작심 발언이다.
나 원내대표는 “현재 예비비로도 충분하다”며 “재해예산도 예비비를 쓴 뒤 추진하는 게 추경 요건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 퍼주기는 마약과 같다”며 “경제적 파탄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기초체질이 튼튼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져 경제위기를 자초한 베네수엘라 사태를 현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책 전환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 원내대표는 이념정치·역사공정에 치우친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빨갱이’ 발언을 통한 ‘친일파 프레임’으로 이념 갈등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서훈에 대해 지적하면서 나온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발언은 현 정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며 다른 잣대로 바라보는 현 정권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특히 지지율 측면에서 ‘야강여약(野强與弱)’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현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나 원내대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이념투쟁에 나선 정부 여당이 아니라 한국당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 (우리) 정권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등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 바 있다”며 “앞으로 (우리 당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고 정책적 실현을 이뤄낸다면 자연히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 합리화, 장기보유자 재산세 감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 연장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는 등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국민 부담을 줄이는 민생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면 자연히 민심이 한국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다.
/정리=안현덕·양지윤기자 always@sedaily.com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승현기자
나경원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개악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안(案)을 ‘개악(惡)안’이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연 3월 국회가 여야 4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민의가 왜곡되고 정당 간 야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현행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 수 감축으로 국민이 ‘직접’ 뽑는 국회의원 수가 줄고 영호남 지역과 농촌 지역의 의석수가 줄어들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여당 내 호남 의원들의 반발도 있을 것”이라며 선거법 패스트트랙 반대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는 4당 공조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 의원들이 참석하는 의총뿐 아니라 원외 위원장들과의 논의를 지속하며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제 합의안에 대해서는 “지도부의 합의가 아니라 정개특위 간사들 간의 합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7일 여야 4당의 정치개혁특위 간사들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225대75로 조정하고 연동률 50%를 적용해 전국 6개 권역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그 합의가 과연 여야 원내대표들 간의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의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을 두고 이견이 감지되며 막판 난관에 봉착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승현기자
나경원 “김연철 후보자 지명 부적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절 인사’로 지목하고 청와대에 지명 철회를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8일 청와대가 내정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결격사유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검증으로 ‘강한 야당’을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나 원내대표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가) 정부 기관의 자문위원조차도 해서는 안 될 발언을 쏟아냈다”며 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았다. 이는 각종 논란을 일으켜온 그동안의 김 후보자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2010년 한 매체 기고에서 고(故)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을 두고 ‘통과의례’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또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직후인 2002년 7월 한 토론회에서 “(남한의) 일방성과 어장 확보를 둘러싼 남북한 생존경쟁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남한의 북방한계선(NLL) 고수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이 북측 도발이 아닌 ‘우발적 사건’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는 그의 발언 가운데 하나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엄중한 시기”라며 “(김 후보자 발언은) 남북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풀어가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제외한 독단적인 정책으로 자칫 남북은 물론 한미 공조체제에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사유가 증명되고 있으나 사실상 낙마시킬 수단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나 홀로 인사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한 ‘필승’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보궐선거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등 단 두 곳에서 치러지는 ‘미니 선거’다. 하지만 경남 유권자들의 표심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내년 총선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 가운데 경남 창원 성산의 경우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터라 여야 격전이 점쳐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경남 창원 성산에서는 여야 후보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어 녹록지 않다”면서도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지역인 만큼 이를 폐기하는 정책 저항운동 쪽으로 방향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