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FOCUS] '매출원가>매출'...현대로템의 묘한 사업구조

매출보다 더 큰 매출원가...2018년 156억원 매출총적자
철도부문과 플랜트 부문서 매출원가 높은듯
인건비, 최저입찰제 등으로 국내서 어려움 가중

현대로템이 터키에 공급한 마르마라이 전동차. 현대로템은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최저입찰제 등으로 철도분야에서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사진제공=현대로템
다원시스(068240)의 4,782만원에 비해 80% 가량 높다. 현대자동차 계열사로 중소부품사들과 상생을 고려해야 하는 특수성도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제작 시 중국산에 비해 단가가 높은 국내산 철도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경전철을 생산하는 우진산전의 2017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는 86.6%, 지하철 생산업체인 다원시스는 71.3% 수준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철도사업 외 전기버스·전원장치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현대로템에 비해 철도 생산원가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하철 및 기관차 입찰 시 적용되는 최저입찰제도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입찰제도는 기술력·품질보다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제출하는 사업자에 사업물량을 맡기는 제도다. 현대로템은 높은 인건비, 우수한 부품을 사용으로 경쟁사에 비해 제조원가가 높지만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높은 인건비 지급 등으로 품질 좋은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저입찰제 등으로 인해 (국내)철도부문에서 영업이익을 내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생산한 자동차 외판용 프레스 소재 공급장치. 현대로템은 플랜트 부문에서 턴키 방식의 해외 수주보다는 자동차 설비 등 경험이 많고 원가산정이 가능한 사업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사진제공=현대로템

◇ 턴키(EPC) 방식 플랜트 해외수주…원가산정 어려움 겹쳐

플랜트 부문은 해외 수주에서의 경험 부족 등으로 공사원가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해 매출원가가 매출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카타르 수처리 시설 원가 변동 등 지난해 인식한 플랜트부문의 원가추가 추정비용이 2,79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턴키 방식의 수주는 발주처가 공사비 전체를 지불하고 사업자가 예산 내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 중 돌발변수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해도 이를 추가 청구하기 어려워 애초 원가산정이 매우 중요하다. 현대로템은 자동차 설비, 제철 설비 등 국내 계열사 공사경험은 많지만 해외 대규모 플랜트 수주 사업의 경험은 적은 편이다. 원가산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현대로템도 이 같은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플랜트 부문은 단순히 수주 건수를 늘리기보다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냈다. 지난해 플랜트 신규수주액은 2017년 655억원에서 334억원으로, 수주잔고는 737억원에서 55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수주한 프로젝트는 현대제철 청정설비, 르노 고속 프레스라인 등으로 비교적 정확한 원가 산정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됐다.
다만 정확한 원가산정, 그리고 매출원가를 낮출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않으면 매출액이 매출원가보다 적은, 기묘한 사업구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계업계의 지적이다./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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