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경. 최근 들어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급매물이 하나둘 소진되고 있다. /서울경제DB
“강남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가 최근 2주간 벌써 15건 정도 거래됐습니다. 지난 1~2월에 각각 5~6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거래량이 늘었습니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 대표)
‘9·13대책’ 등 정부의 규제에다 1만가구가량의 ‘헬리오시티’ 입주로 직격탄을 맞은 송파구 주택 시장. 공시가격 인상 여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거래절벽은 여전하지만 잠실 일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는 가운데 극소수지만 일부 단지의 실거래가가 반등한 것이다. 급매 시세 역시 추가 하락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도 하나둘 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남권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잠실이 바닥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강남권의 시세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대다수 지역에서 급매조차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값이 바닥을 쳤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급매 팔리고 시세 오른 잠실=잠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급매물이 소화되고 일부 단지는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잠실주공 5단지는 현재 급매물이 거의 소진됐고 17억원(전용면적 76.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5㎡의 경우 지난해 9월 19억1,000만원(5층)에 거래되면서 호가가 한때 2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6억4,500만원(15층)까지 매매가가 내려앉았다. 현재는 소폭 오른 17억원대에서 급매가 거래되고 있다.
잠실 엘스, 잠실 리센츠 등 ‘엘(스)·리(센츠)·트(리지움)’라는 별칭을 가진 잠실 대표 단지들도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문의는 하루에 1~2건 정도밖에 안 되지만 초급매·급매 또는 로열층은 조금씩 거래가 되고 있다”면서 “잠실 엘스의 경우 전용 84.8㎡가 15억~16억원대에서 거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단지는 시세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이달 16억8,7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거래가인 15억1,500만원(10층)에 비해 1억7,200만원 오른 것이다. 잠실 엘스 전용 84.8㎡는 지난달 16억7,000만원(16층)에 거래돼 올 1월 거래가인 15억8,000만원(16층)에 비해 9,000만원 올랐다. 트리지움 전용 84㎡ 역시 급매 시세의 추가 하락은 없는 상태다.
◇일부 지역도 회복, 대다수 지역은 ‘잠잠’=잠실 외에도 급매 시세가 오른 곳이 있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84㎡의 경우 2월 말 21억원대에 계약됐다. 예전에는 18억원대 급매물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45㎡도 지난해 11월보다 4억~5억원가량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전용 76㎡가 14억원대까지 추락한 후 집주인들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매물을 일부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흐름이 송파구 전역은 물론 강남권의 다른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2월 거래가보다 매매가가 오른 단지가 있지만 잠실처럼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의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급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거래가 늘어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치동 C공인중개사 대표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어차피 팔 수도 없다”며 “공시가격 발표 이후 별다른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D공인중개사 대표 역시 “공시가격 발표 이후 혹시 가격에 변동 있느냐는 전화만 좀 왔고 여전히 거래는 안 된다”면서 “반포 자이 전용 84㎡의 경우 20억~21억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3월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전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1~18일 서울 아파트 일 평균 거래 건수는 54.3건으로 2월(56.5건)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 주요 지역 거래 건수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강남 3구는 물론 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 주요 지역 거래 건수 역시 지난달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추세라면 3월에도 전달 수준의 거래 기록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잠실 일대 반짝 반등에 무게를 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 열람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반짝 거래 정도로 봐야 한다”면서 “지금 잠시 울퉁불퉁한 거지, 세금 부담 때문에 추격매수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잠실의 경우 장미아파트 등의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나타난 것 같다”면서 “서울 집값의 낙폭이 크지는 않지만 당분간 계속해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주원·권혁준기자 jwo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