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협상 위법땐 엄중조치"...뒤늦게 카드사 엄호 나선 당국

"관련 자료 요청한적 없다"
현대차 협상엔 판단 유보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카드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형사 고발 등 엄중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현대차 간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다른 대형가맹점에도 비슷한 인상요율이 준용되는 상황인데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여론에 밀려 뒤늦게 립서비스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 협상 관련 기본 입장’을 발표했다. 대형마트와 이동통신사·항공사 등과 수수료 인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카드사에 대한 우회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지만 비판여론을 해명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드수수료 문제는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의 틀 내에서 자율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원칙”이라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수수료 협상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카드사 또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형사 고발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판단한다면 추후 법 개정을 통해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낮은 수수료를 강요하는 대형가맹점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2월19일 이후 두 번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협상이 본격화한 이동통신·유통·항공 등 대형가맹점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말라는 구두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종료된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윤 국장은 현대차가 카드사와의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느냐는 질문에 “현대차 관련 협상 자료를 (카드사에) 아직 요청하지 않았고 살펴보지도 않았다”면서 “카드사별로 원가와 마케팅 비용이 달라 일률적으로 어느 수준의 수수료가 적정한지를 (점검 전에)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하한선을 정해달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법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지만 일반적인 카드수수료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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