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버닝썬 폭행 신고자 현행범 체포는 위법"

경찰 초동 조치 미흡
피해자 항의에 감정적 대응
사실과 다른 체포서 기재도
관련 경찰관 주의 조치 권고

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19일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닝썬 논란’의 시발점이 된 클럽 폭행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피해자 김상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초동조치가 미흡했고 현장 상황과 다르게 체포서가 작성된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에게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강남경찰서장에게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게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버닝썬 폭행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19일 이같이 밝혔다.

진정인은 김씨의 어머니로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112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했고 지구대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현장과 지구대 폐쇄회로(CC)TV,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 등을 통해 경찰의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당시 경찰관들은 피해자와 클럽 직원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제지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클럽 직원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고 내용을 청취했다.


피해자의 항의에 경찰관의 대응도 감정적이었다고 봤다. 김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게 2분 가량 됐지만 현행범 체포서에는 약 20여분간 클럽 보안 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재됐다.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도 없었다. 김씨가 약 20초간 경찰관에게 항의하자 경찰이 김씨를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3분 만에 체포해 체포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김씨가 폭행으로 상당한 부상을 겪었고 통증을 호소해 치료를 계속 요청했던 데 반해 경찰이 적절한 의료 조치 없이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하게 한 점 역시 피해자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김씨가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경찰관에게 욕설하며 항의했던 점 등을 인정하더라도 경찰이 공권력을 과도하게 남용해 김씨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측은 “현행범 체포가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된다”며 “체포된 사람에게 부상이나 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고 수사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안치하는 업무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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