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로 깎아주는 세금이 올해 47조원을 웃돌며 현행법이 정해 놓은 감면 한도를 넘어선다. 국세 감면이 한도를 초과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근로장려금(EITC) 같이 복지분야 조세지출을 한꺼번에 급격하게 늘린 영향이 크다. 반면 연구개발(R&D), 투자 촉진 분야 조세지출은 줄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말로만 투자 활성화를 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감면액을 47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감면액 41조9,000억원(추정치)보다 13.1% 늘었다. 국세감면은 중앙정부가 거둬들여야 하는 국세를 비과세와 소득·세액공제, 우대세율 등을 적용해 깎아주는 것이다. 최근 축소·폐지 논란이 일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여기에 해당된다.
기재부는 전체 국세 수입 대비 감면액 비율인 국세감면율을 올해 13.9%로 예상했다. 직전 3개(2016~2018년) 연도 국세감면율 평균치에 0.5%포인트를 더해 구한 국세감면 한도(13.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가재정법을 보면 “기재부 장관은 국세감면율이 한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어기는 것이다. 국세감면 한도를 넘어서는 것은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2009년 두 차례 있었다. 임재현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고유가 대책 일환으로 유가 환급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한도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조세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EITC 등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 근로자 지원 확대가 있다. 정부는 올해 EITC 지급 대상(30세 이상 연령 조건 폐지)과 지급액(최대 250만→300만원)을 한꺼번에 늘렸다. 지난해 1조8,000억원이었던 관련 조세지출은 올해 5조8,000억원으로 4조원(자녀장려금 포함) 늘었다. 이는 전체 조세감면율을 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전체 조세지출 중 근로자 소득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로 1년 전 36.5%보다 5.7%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 지방재정 분권 강화 차원에서 국세 세목인 부가가치세에서 지방소비세로 넘기는 비율을 11%에서 15%로 높이면서 국세 수입 자체가 3조3,000억원 줄었다. 한 전문가는 “과도한 조세지출 확대는 중앙정부가 거둬들이는 국세 세입 기반을 악화시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민간 투자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조세지출은 되레 줄었다. 각종 세제 혜택을 줄였다는 의미다. 전체 조세지출 가운데 R&D 분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에서 5.9%로 줄었다. 금액 자체도 2조9,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 촉진·고용지원 분야도 비중이 5%에서 3%로 급감했고, 절대액도 2조1,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 지원 조세지출액은 2조7,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외견상 늘었지만 비중은 6.5%로 제자리걸음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비과세 감면제도 성과평가 결과를 토대로 불요불급한 사항부터 적극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비과세 종합저축에 대한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와 주택청약저축 납입액의 40%에 제공하는 소득공제 제도 등 올해 말 일몰 도래하는 조세특례 3건에 대한 개선책을 세법 개정 때 반영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려다 납세자 반발에 세제 당국이 꼬리를 내리고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한 것처럼 한 번 늘린 세제 혜택을 줄이는 데는 조세 저항이 상당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