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다 아던(가운데) 뉴질랜드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히잡을 두른 차림으로 지난 15일 발생한 총격 테러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AP연합뉴스
50명이 사망한 뉴질랜드 총격 테러 이후 39세의 젊은 나이로 뉴질랜드를 이끄는 저신다 아던 총리의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대처가 세계 주요 언론은 물론 이슬람권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에 따르면 취임 16개월여가 지난 아던 총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한 ‘젊고 진보적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집권 초기의 평가를 넘어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층’을 형성할 정도로 단기간에 지지층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지난 2017년 8월 초 총선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소속 노동당 대표가 지지율 부진으로 사임하며 갑작스레 당 대표직을 떠맡았다. 이후 과반 획득 정당이 없던 선거에서 제2당을 차지한 노동당 대표인 그는 군소정당을 모아 연립정부를 구성하며 총리직에 오르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취임 전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그에게 ‘벼락 총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핵심 공약이던 주택정책이 실패했다는 혹평 속에 비난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뉴질랜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이번 테러는 역설적으로 아던 총리의 지도력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번 공격을 신속하게 ‘테러’로 규정하고, 이번 공격이 무슬림 이민과 연관됐다는 호주 정치인의 평가에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테러 다음날 히잡을 쓴 검정색 옷차림으로 현지를 찾는가 하면 희생자 유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총기규제를 선언하는 등 단호하면서도 포용적인 면모를 보인 그에게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트위터에 아던 총리가 한 무슬림 여성을 껴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지난해 런던에서 “사회 내 포용성과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치한기르 이슬람 터키 의원도 그가 고통에 빠진 무슬림을 향해 “여러분이 바로 우리”라고 위로하고 히잡을 쓴 채 한 가정을 찾아가 존경과 연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에 대해 “공감과 사랑·진실성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