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심부전·판막 합병증, 약물치료로 호전"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만성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비대해진 심장근육 수축시켜
혈액역류·폐부종·호흡곤란 개선

만성 심부전으로 심장이 비대해져 생긴 좌심실·심방 간 판막 틈새로 혈액이 역류하는 모습을 찍은 초음파 사진. 좌심방(사진 아래쪽)에서 좌심실로 보낸 혈액이 좌심방으로 역류(하늘색·노란색 등이 뒤섞인 붉은 화살표 부분)하는 양이 신약 치료 후 40%가량 줄었다.

“만성 심부전을 앓는 70세 이상 노인의 20%가량은 심장 내 혈액 역류로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호흡곤란에 시달립니다. 대부분 가슴을 열어 판막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기 어려운 몸 상태인데 2년여 전 출시된 신약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이런 증상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강덕현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런 환자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만성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라는) 신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수술 부담을 덜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국제학회 등에서도 뾰족한 치료법이 없던 심부전 환자의 판막 합병증 치료법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적잖은 심장근육이 괴사해 심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71세 남성 만성 심부전 환자 정모씨. 지난해 초 아내와 산책 도중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심장초음파 검사결과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보낸 심장혈액의 역류를 막는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승모판막 폐쇄부전) 폐부종이 동반됐다. 하지만 고령인데다 여러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수술은 어려웠다. 강 교수는 정씨에게 엔트레스토를 권했고 1년여 복용한 지금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일이 크게 줄었다.


정씨처럼 심근경색이나 심근염으로 적잖은 심장근육이 괴사하면 심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우리 몸 곳곳에서 산소·영양분을 실은 혈액을 보내달라며 아우성을 친다. 살아 있는 심장근육들은 헉헉대며 더 빨리 뛰고 혈액을 대동맥으로 뿜어내는 좌심실, 좌심실로 갔던 혈액이 역류한 좌심방이 커지는 등 심장이 비대해진다. 하지만 크기가 그대로인 승모판막은 커진 심장이 사방에서 당기는 바람에 2개의 얇은 판막 틈새가 벌어져 좌심실로 들어온 혈액이 좌심방으로 역류한다. 이는 폐정맥 정수압을 높여 폐에 물(체액)이 차는 폐부종과 호흡곤란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이런 환자가 70세 이상 노인의 2%가량 되지만 국내에는 관련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엔트레스토는 과부하로 늘어난 심장근육을 수축시켜 승모판막의 틈새를 줄여줬다.


강 교수팀이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승모판막 폐쇄부전을 겪는 만성 심부전 환자 104명 중 53명에게는 발사르탄 성분의 기존 고혈압·심부전 표준치료제(노바티스의 ‘디오반’ 등), 51명에게는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성분의 만성 심부전 치료 신약 엔트레스토를 처방한 뒤 1년간 경과를 비교·관찰했다.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심장 크기와 승모판막의 틈새가 줄어 역류하던 혈액량이 신약 복용군은 40%(35.3→21.2㎖) 줄어 발사르탄 복용군의 감소율 16%(35.9→30㎖)를 크게 웃돌았다. 수축기 용적(End-systolic volume) 감소율도 신약 복용군이 14.4%(122.9→105.2㎖)로 발사르탄 복용군의 9.4%(138.6→125.6㎖)보다 우수했다. 신약 복용군의 좌심실·좌심방 용적은 각각 7%, 13% 감소했다.

콩팥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은 별 차이가 없었다.

강 교수는 “발사르탄 성분의 기존 심부전 치료제들은 심부전으로 인해 비대해진 심장 용적을 줄여 승모판막의 개폐 기능을 회복, 역류 혈액량을 줄이는 효과가 작았는데 신약은 훨씬 치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엔트레스토는 좌심실 박출률(60% 이상이 정상)이 35% 미만인 만성 심부전 환자가 발사르탄 성분의 기존 표준치료제를 4주 이상 복용했는데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강 교수의 연구결과는 심장 분야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 피인용지수 18.88)’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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