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사진)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0일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불균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대표적인 매파인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과도한 금융불균형을 유발할 경우 저성장, 부채부담 확대로 물가 추세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이 몸담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권고했지만 사실상 반대 의견을 펼친 셈이다. 다만 이 위원은 “금웅불균형의 누증 속도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해 둔 ‘출구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위원은 20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불균형에 대해 “부채 규모가 한 경제의 생산역량에 근거한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상회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금융불균형은 부채비용 대비 부채활용에 따른 수익을 과대전망할 때 발생한다”며 “불균형이 과도하게 누적됐다가 급격하게 조정될 경우에는 금융위기를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IMF의 권고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전 세 번이나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리 인상을 주도해왔다. 그 당시에도 건설경기 둔화, 고용지표 둔화, 투자 악화 등 경제지표가 하락세를 걷고 있었지만 이 위원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금융불균형을 강조한 것도 금리를 인하하기엔 가계 부채 리스크 등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위원은 “최근 몇 년간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 확대가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금융불균형의 누증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조절을 잘 해나가면 큰 문제없이 (금융불균형 수준 자체가) 재조정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직후인 12월부터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둔화가 장기화 되고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만약’을 대비한 ‘출구전략’성 발언인 셈이다. 실제 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된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위원이 총 4명으로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IMF가 우리나라에 통화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권고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IMF는 “재정은 확대되는데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혼합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권고를 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통화정책 완화를 주문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