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브랜드 슬로건이 ‘순간을 봉인하라(Seal The Moment)’입니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처럼 누군가에게 감동적인 순간을 간직한다는 콘셉트죠. 봉인 인장 형태로 주얼리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진수정(36·사진) 오드블랑 대표는 2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저희 회사 이름 중 ‘블랑(blanc)’이 프랑스어로 ‘흰색’이라는 뜻으로, 각자만의 추억을 저희 주얼리에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그대로 담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첫 아이의 발 도장이나 유족이 마지막으로 남긴 지문 등을 저희 주얼리에 담으시려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2016년 문을 연 오드블랑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점포를 두고 있는 수제 보석류 브랜드다. 편지봉투를 봉인할 때 쓰는 인장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울퉁불퉁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인장’에 천착한 건 ‘추억을 봉인한다’는 사업 콘셉트 때문이다.
오드블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건 유아의 발 도장을 담은 주얼리다. 진 대표는 “특히 워킹맘들이 발 도장 공예품을 많이 찾는다”며 “애를 맡겨놓고 회사에 가면 마음이 안 좋은데, 그 아이의 발 도장이 찍힌 목걸이나 팔찌를 보면 ‘아이와 함께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씀을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발 도장 인기가 많다. 산아제한 정책 등으로 자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특히 중국에선 금을 좋아해 18K 금으로 된 액세서리를 찾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드블랑 전체 매출 중 20%는 중국에서 나온다.
‘순간을 간직한다’는 사업 콘셉트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먹혔다. 특히 미국에선 유족의 지문을 주얼리 형태로 제작해달라는 주문이 가장 많다. 진 대표는 “한번은 ‘남편의 지문을 주얼리로 제작해달라’는 한 아내의 주문이 온 적이 있었다”며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액세서리를 받고 나서 딸아이와 함께 펑펑 울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 장례업체에서 오드블랑과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을 위한 보석공예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일본 케이블 방송에서 인사동 점포가 소개된 게 계기였다. 진 대표는 “일본에선 커플이나 가족과의 추억보다도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진 대표에게 여러 호재가 들어왔다. 올해 초 주얼리 산업 진흥 공로로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데 이어 국내 대형 백화점에서 점포 제안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총판들이 계속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 진 대표는 올해를 판로개척 기회로 보고 있다. 진 대표는 “카페24를 통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몰을 열었는데, 이 덕분에 바이어에게 회사 콘셉트를 설명하기 더 용이했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