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예산 전용’ 한미동맹 현주소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주한미군 시설의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보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전용 사업 목록에는 미국과 전 세계에 129억달러에 달하는 수백 개의 미 국방부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에는 경기도 성남의 탱고(TANGO) 지휘통제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도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탱고 지휘소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부가 머물면서 전쟁을 지휘하는 시설로 전장의 두뇌에 해당한다. 실제로 해당 예산이 삭감되면 주한미군의 전력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투입을 위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자 국방 예산을 끌어다 쓰겠다는 편법까지 동원할 태세다.


미국의 주한미군 예산 전용 고려는 틈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잖아도 한미는 이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을 노출해왔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도 상당한 파열음을 냈다. 여기에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양국 연례 합동군사훈련도 비용 문제 등으로 종료돼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북핵 해법마저도 불투명해졌고 한미 간 대북 압박과 제재해제를 둘러싼 이견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안보 이익 공유 등 동맹을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어느것도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양국의 최대 과제인 북한 비핵화 실현은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서로의 국가 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재점검해 그 빈틈을 메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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