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태양광과 풍력이 대부분으로 지열발전이 차지하는 부문은 미미하지만 지열발전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일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산사태가 초래되면서 우려를 낳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자극에 의해 촉발됐다”는 결론을 발표하자 정부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했던 지열발전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 ‘친환경’이라며 정부가 열을 올리며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몰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과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등도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연구단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포항 지열발전소는 당장 폐쇄하고 향후 지열발전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폐쇄로 이미 투입한 사업비 391억원은 물론 용지 복원비용을 포함한 매몰비용 수백억원을 날리게 됐다.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포항 지열발전소의 시작은 화려했다. 정부는 2012년 기공식을 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 4㎞ 이상 깊이에 뚫은 구멍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원리로 작동된다. 보통 화산지대에만 건설되는데 비화산지대인 한국에 특별한 기술인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을 활용해 도입된다는 점에서 정부 에너지 정책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강진으로 기록된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는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이 과거 정권에서 추진됐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 정부로서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는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라고 요란을 떨었던 사업”이라며 “이번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로 신재생에너지의 환상이 모두 깨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양광과 풍력도 대규모로 확대됐을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이미 드러나고 있는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