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임명 대법관 60%는 '여순사건 재심' 반대… 대통령 따라 또 엇갈린 판단

박근혜 임명 대법관 5명 중 3명은 '재심 반대'
반면 文임명 대법관 8명 중 7명은 '재심 인정'
양심적 병역거부·종북 등 대법관 성향차 뚜렷

대법원 전원합의체. /연합뉴스

1948년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해 71년 만에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온 가운데 임명 대통령에 따라 대법관들의 견해가 또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8명 중 7명은 “재심 사유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임명 대법관 5명 가운데 3명은 “재심은 불가능하다”며 반대의견을 내 큰 대비를 이뤘다. 지난해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처럼 정권 교체가 없었다면 여순사건 재심도 인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내란죄,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장모씨 등 3명의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 결정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재심 결정을 이끈 9명의 대법관 가운데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김선수·노정희·김상환·박정화·민유숙·안철상 등 7명은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이었다. 이들은 “당시 군경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반면 “재심 사유가 없다”며 반대의견을 낸 4명의 대법관 중 조희대·박상옥·이기택 등 3명은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었다. 현재 대법원에 남은 박 전 대통령 임명 대법관이 총 5명임을 감안하면 60%가 재심에 반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은 이동원 대법관 한 명뿐이었다.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확정 판결을 대신할 증명이 없다”고 지적했고,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재판이 실제로 있었는지, 피고인들이 사형 집행으로 사망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공소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형사재판도 불가능하고 재심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 대법관 구성이 급변한 뒤부터 임명 대통령에 따라 대법관들의 판단이 나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때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7명은 전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하다”는 의견을 내며 최종결론을 견인했다. 하지만 보수정권 때 임명된 대법관 6명 중 4명은 유죄 취지로 강경한 반대 의견을 냈다.

같은 해 10월 보수논객 변희재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를 ‘종북’ ‘주사파’라고 표현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살핀 상고심에서는 보수정권이 임명한 대법관 6명이 예외 없이 변씨 손을 들어주며 변씨의 무죄 확정 판결을 이끌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대법관 7명 가운데 5명은 “변씨의 표현은 불법행위”라며 반대의견을 던졌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지만 판사들마다 본인이 가진 성향과 양심은 모두 제각각”이라며 “판사마다 판결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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