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내년에 국내 시장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내놓는다. 르노삼성차는 신차로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수출까지 추진해 올해 9월 위탁생산이 중단될 닛산 로그의 물량 10만 대를 메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내년 상반기 국내 시장에 신형 소형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가 국내 시장에서 생산되는 신차를 내놓는 것은 지난 2016년 중형 세단 SM6와 SUV QM6 이후 4년여만이다. 새 차는 소형 SUV와 CUV 형태로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코나와 투싼 사이의 사이즈를 보이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신차를 내놓지 않는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르노삼성차도 내년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차종과 크기는 아직 개발 중이라 확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위기에 처해있다. 올해 9월 북미 시장에 수출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 물량은 지난해 10만 7,245대가 수출됐다. 전체 판매 대수(22만 7,577대)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다. 위탁 생산 계약이 끝나면 생산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새 물량을 르노 본사에서 받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부분 파업을 이어간 탓에 사실상 새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생산량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협력업체의 납품 위축 등을 피할 수 없어 부산 지역 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르노 본사의 조직개편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속한 본부도 아시아·태평양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본부로 옮기며 주요 수출 시장도 바뀌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르노삼성차는 신차 출시를 꺼내 들었다. 닛산 로그 생산 중단으로 줄어든 물량 약 10만대를 신차의 판매를 끌어올려 순차적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신차의 판매 목표는 연 3만 대다. 새로 나올 소형 SUV가 국내 시장에서 월 2,000~3,000대가량 판매되는 현대차 투싼과 쌍용차 티볼리 정도의 볼륨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QM6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국내 SUV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잘되면 본사와 협의해 수출까지 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차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 상품성이 인정돼 수출도 가능하다”며 “이미 북미 외에도 많은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북미로 수출하는 닛산 로그 이외에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시장에 QM6를 2만 8,344대를 판매했다. SM6도 중동 시장에 1,559대를 팔았다. 현재 재편된 르노삼성차가 속한 본부인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 본부와 주요 수출지역이 겹친다. 이 가운데 새로 나올 신형 SUV는 중동 지역에 수출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프리카 시장은 유럽에서 수출하거나 모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빠르고 인도는 저가형 차로 현지 생산이 유리하다”며 “새 조직 개편을 볼 때 르노삼성차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라인업이 팔리는 중동 수출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나올 새 차가 르노삼성차의 엠블럼을 떼고 프랑스 르노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로장주(Losange)’ 엠블럼을 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삼성 브랜드를 쓰는 대신 매출액의 0.8%의 로열티를 삼성카드에 지불한다. 계약은 신차가 나오는 2020년까지다. 로열티가 연간 400억원이 넘는 만큼 경영효율화를 위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을 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