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분야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특허권·기계설비·매출채권 등 종류가 다른 자산을 한꺼번에 묶어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도록 하는 일괄담보제도다. 그동안 기업대출은 주로 부동산담보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에 더해 동산담보대출, 그것도 담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괄담보대출을 허용하면 특히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앞서 동산담보대출을 도입했지만 막상 대출창구에서는 동산을 평가할 노하우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만 해도 금융당국은 특허청과 협업해 금융사에 IP 가치평가를 제공하고 관련 상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자산을 한데 묶어 평가하는 일괄담보대출을 도입한들 얼마나 이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를 현행 0.30%에서 0.25%로 낮추기로 한 것은 인하했다는 시늉만 낸 것으로, 이런 정도로는 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애초 증권 업계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요구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도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장지원펀드 규모를 늘리고 코스닥시장 상장 문턱을 낮추는 등의 대책은 사실상 재탕 수준이다.
이렇게 현실은 무시한 채 땜질로 일관한 처방으로 금융혁신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된다. 문 대통령은 “비 올 때 우산을 받쳐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이런 수준으로 비를 막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혁신은 규제완화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금융혁신의 대표 사례로 내세우는 인터넷은행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기존 금융권의 핀테크 지분 규제 등 족쇄를 놓아두고 핀테크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