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통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서고 있다./성형주기자
‘버닝썬 사태’로 불거진 피의자 4명의 운명은 성범죄 여부가 갈랐다.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가수 정준영(30)이 구속됐고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해당 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 버닝썬 직원 김모씨도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버닝썬·아레나 클럽 앞에서 각각 폭행 혐의를 받는 버닝썬 이사 장모씨와 윤모씨는 구속을 면했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물로 꼽힌 정준영과 김씨 등이 구속되면서 앞으로 성 접대를 비롯해 경찰 유착과 탈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정준영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피의자가 제출한 핵심증거 상태,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범행의 특성을 종합해봤을 때 구속 사유와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에도 애인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 뒤늦게 제출한 휴대폰에서도 증거가 될 만한 영상을 지운 게 확인돼 결국 3년 만에 구속의 몸이 됐다.
법원은 함께 구속된 김씨에 대해서도 범행 전후의 정황과 심문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준영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 비롯된 ‘승리 게이트’가 시작된 후 구속된 첫 연예인이 됐다. 다만 폭행 피의자 버닝썬 영업이사 장씨와 윤씨에 대해서는 상해 발생 경위와 현장 상황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당초 폭행 사건 등으로 성관계 몰카 범죄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날 핵심인물로 꼽히는 2명이 구속됨에 따라 경찰 수사도 성 접대와 성매매 알선 등 성범죄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경찰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원본 자료를 이날 확보하면서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촉발된 성 접대, 권력 유착, 탈세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YG엔터테인먼트를 조사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도 강남버닝썬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버닝썬이 영업했던 호텔과 호텔 운영사가 소유한 골프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나서는 등 탈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 수사는 클럽 ‘아레나’와 가수 FT아일랜드의 최종훈으로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레나의 실소유주 강모씨와 명의상 사장인 A씨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아레나의 조세포탈 금액은 162억원으로 추정된다. A씨는 서류상 대표로 이름을 올린 ‘바지사장’ 가운데 실제 소유주와 공모관계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탈세 관여 정황이 확인된 아레나 직원은 모두 10명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아레나는 현금거래를 주로 해 매출을 축소 신고하고 종업원에게 준 급여를 부풀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주운전 언론 보도 무마 의혹을 받는 최씨는 음주 적발 당시 현장 경찰관에게 200만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것으로 드러나 금품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입건됐다. /백주연·김지영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