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북미협상 교착...中 2대주주, 아난티 지분 절반 팔았다

남북경협 재개 미뤄지고
중국 민생투자 자금난 탓 분석

남북 경제협력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 아난티(025980)그룹의 2대 주주인 중국민생투자(CMIG International Holding)가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했다. 중국민생투자는 최근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회사채 거래가 중단됐다. 이들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급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협 재개 가능성이 희박해진 점도 지분 매각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국민생투자는 보유한 아난티 주식 14.6%(1,206만주·1,693억원어치)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날 종가인 1만7,550원보다 19.9% 할인된 1만4,050원에 매도가 이뤄졌다. 중국 민생투자는 손자회사를 통해 아난티 지분 33.2%를 보유하고 있었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다.


중국민생투자는 지난 2015년 1,806억원을 투자해 아난티그룹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양사는 중국에서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을 펼치겠다는 복안을 세웠으나 현재는 사업이 활발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중국보다는 북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최아난티는 2008년 김정일 정권 시절 900억원을 들여 금강산에 골프장과 온천 시설을 짓고 회원을 유치했다. 165만㎡(약 50만평)의 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고 자쿠지 빌라 96실, 유황 노천온천 등이 포함됐다. 당시에는 현대그룹과 함께 유일하게 북한에서 사업을 펼친 민간 기업이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경협을 재개하면 가장 먼저 대북 사업 확대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다. 아난티 사외이사가 된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북한 투자를 설파해온 짐 로저스도 민생투자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최근 회담이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민생투자도 지분 매각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난티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7,900원대에서 횡보했으나 올해 1월 초 2만 9,000원까지 급등했다.

투자기업인 중국민생투자는 지난해부터 자금 압박을 받았으며, 올해 1월 29일에는 만기도래하나 30억 위안(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3일 지난 2월 1일 입금해 사실상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지난달 12일에도 상하이거래소에 약 65억위안(약 1조 800억원)의 채권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중국민생투자가 자금 확보를 위해 아난티 지분을 매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민생투자는 아난티 지분을 처분할 경우 해당 사실을 아난티에 사전 통보하도록 주주간 계약을 맺고 있다. 아난티 측은 최근까지 민생투자에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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