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체 바이오젠이 21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가 줄줄이 치매 정복에 무릎을 꿇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이날 일본의 에자이 제약회사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신약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립적인 임상시험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가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무용성 평가(futility analysis)를 내린데 따른 결정이다. 이 소식에 바이오젠의 주가는 29.23% 폭락했고 약 18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 표면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플라크)을 감소시키는 약이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플라크를 제거할 뿐 아니라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3상 임상에서 2건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바이오젠 사는 치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상세한 임상시험 자료를 차후 의학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도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아직까지 줄줄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화이자, 머크, 존슨 앤드 존슨 등 대형 제약회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모두 실패했다.
로슈 사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실패하자 투여 용량을 높여서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젠, 에자이, 릴리, 애브비 사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함께 치매의 2대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 내부의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포기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타격을 입었다. 양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운영하고 있으며 아두카누맙 개발이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할 가능성이 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아두카누맙의 임상 결과에 따라 4공장 착공을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3%가량 하락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