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여성 전통의상 ‘히잡’을 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무차별 총격 테러 참사 일주일을 맞아 22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모스크(이슬람 사원) 맞은 편 헤글리 공원에서 거행된 이슬람식 희생자 추모예배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로이터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테러 참사 일주일을 맞아 22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모스크 맞은편 헤글리 공원에서 거행된 이슬람 희생자 추모예배에서 희생자 가족이 경찰관과 끌어안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크라스트처치=로이터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테러 참사 일주일을 맞아 22일(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의 알 누르 모스크 맞은편 헤글리 공원에서 거행된 이슬람 희생자 추모예배에서 알 누르 모스크의 이맘(예배인도자)인 가말 파우다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크라스트처치=로이터연합뉴스
“뉴질랜드는 여러분과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우리는 하나다.”
22일(현지시간) 오후 이슬람 여성 전통의상 ‘히잡’을 쓰고 이슬람식 추모 예배에 참석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렇게 말하며 애석한 심정을 밝혔다.
이날 백인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 테러가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알 누르 모스크(이슬람 사원) 맞은편에 있는 헤글리 공원에서는 참사 일주일 만에 이슬람식 추모 예배가 거행됐다. 알 누르 모스크는 지난 15일 발생한 총격 테러 희생자 50명 중 대다수가 목숨을 잃은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예배에 약 2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추모 예배에 앞서 예배시간을 육성으로 외치는 이슬람 의식인 ‘아잔’(adhan)에 이어 희생자를 기리는 2분간의 묵념이 진행됐다. 오후 1시 30분께 울려 퍼진 아잔은 TV와 라디오로 뉴질랜드 전역에 생중계됐다. 아잔이 메아리친 시간은 일주일 전 총격 참사가 발생한 때와 비슷한 시간대다. 인근에는 중무장한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며, 공중에서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동원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운집한 이슬람 신도들은 양말을 신은 신거나 맨발로 밝은색 카펫 위에 자리를 잡았고, 테러로 부상한 한 남성은 신도들 맨 앞 줄에서 휠체어를 탄 채 기도에 임했다. 이슬람 신도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히잡처럼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성들도 다수 포착됐다.
알 누르 모스크의 이맘(예배인도자)인 가말 파우다도 참사 일주일 만에 신도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임시 설치된 단상에 올라 뉴질랜드 사람들이 보여준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테러 당시 총알이 빗발치고 사상자가 속출하는 아비규환 속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 나는 이 모스크에 서서 증오와 분노가 서린 테러범의 눈을 보았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선 수천 뉴질랜드인들의 눈에서 사랑과 연민을 본다”고 말했다.
파우다는 “테러범은 사악한 이념으로 이 나라를 찢어놓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뉴질랜드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은 찢어졌지만,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함께 있으며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뉴질랜드 전역에선 수만 명이 추모 의식에 동참했다. 일부는 모스크 앞에서 인간 띠를 형성해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학교와 카페·사무실 등에선 침묵 기도가 진행됐다. 참사 발생 일주일째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자체는 서서히 평온을 찾아가고 있지만, 테러범의 집중 총격을 받은 알 누르 모스크는 아직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모스크 주변은 공사 가림막이 설치된 가운데 여전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무장 경찰의 경비도 삼엄하다.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시민들이 놓고 간 수많은 꽃과 메시지도 비통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