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가운데 이례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감사 리스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부터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강화돼 회계법인들이 깐깐하게 감사에 나섰기 때문으로, 기업들의 무더기 비적정 감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22일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리스 항공기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 수익 인식 △손상 가능성이 있는 유무형 자산의 회수 가능액 등과 관련해 충분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오는 25일 거래정지가 된 후 26일부터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리스 충당부채 등과 관련해 기존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재무 상황과는 무관하게 한정 의견이 나왔다”며 “이른 시일 내 재감사를 신청해 한정 의견 사유를 신속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그룹 전반에 재무위기가 더 퍼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조원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이번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인해 신용도가 하락해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부터 외감법이 강화돼 회계법인들이 보수적 감사에 나서면서 여러 기업들이 외부감사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제출 시한을 넘긴 코스피 상장사는 총 20곳으로, 지난해의 11곳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22일 현재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이 41개에 달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에서 의견 거절(18곳)과 한정(4곳) 등의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곳이 22곳이다. 아직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강화된 처벌 조항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사업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인 회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못한 기업 중 상당수가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혜진·구경우기자 hasim@sedaily.com